(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11월 정례회의를 앞두고 블랙아웃(black-out) 기간을 거치고 있다. 블랙아웃 기간은 연준의 정례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 일주일 전부터 연준 위원들이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내지 않는 시기를 뜻한다.

이때 연준 이사들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통화정책 관련 공식 발언을 삼가고 내부 토론을 이어가면서 한 주를 보낸다. 따라서 통상 블랙아웃 기간 직전에 나오는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은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는다. 통화정책 결정에 앞서 제공되는 연준발 마지막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는 지난 10월 23일부터 연준 위원들의 대외 일정이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지난달 22일 미국 기업협회 주최 온라인 행사에서 한 발언이 마지막이었다. 여기서 그는 '팬데믹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지만, 이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일리 총재는 '내년에도 인플레 압력이 강하다면 금리를 올릴 수도 있겠지만, 인플레가 높다는 예측만으로 금리를 올리면 경제가 위축되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때로는 통화정책을 기존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금리 인상은 공급 병목 현상과 인플레 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11월 FOMC의 관전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과 이에 따른 인플레 우려다. 연준은 '인플레는 일시적이며,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별개다'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 세계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전달해 왔다. 블랙아웃 기간 전에 나온 데일리 총재의 마지막 연준 관계자 발 발언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연준의 노력에도 투자자들은 인플레 압력 강화가 실제로 일시적인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 오르고,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근원 PCE 가격지수 전년 대비 상승률 3.6%는 1991년 5월 이후 30년래 최고치로 지난 6월부터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이에 따른 인플레 기대치 상승은 시중의 금리 인상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7월과 9월의 금리 인상 확률은 각각 77%와 89%로, 한 달 전인 15%와 27%보다 모두 급등했다.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별개라는 연준의 스탠스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준이 기존 스탠스를 고수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이를 신뢰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가격 지표는 특정 재료에 대한 시장의 해석과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블랙아웃 기간이라는 장막이 벗겨진 후 전 세계 채권, 주식, 외환시장에서 핵심 지표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봐야겠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이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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