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초에 열린 11월 정례회의에서 최대한 비둘기파적인 어조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선언한 데 대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달 말부터 월간 자산 매입액을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한 것부터가 정확히 시장의 예상과 들어맞았다. 여기에 향후 돈줄 죄기와 관련해 비둘기파적인 조건들이 더해졌다. 경기 여건에 따라 매입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한 점,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별개라는 언급을 되풀이한 점 등이 그렇다.

연준이 이처럼 원론적 발언을 내놓는 데 그침에 따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뉴욕금융시장에선 위험선호 심리가 확산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채 금리 상승세는 제한됐고, 달러화는 혼조세를 보였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11월 FOMC 결정에 즈음해 미국 통화정책에서 비둘기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이 2023년 초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원론적 발언은 그러나 상황이 바뀌면 반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향후 고용 회복과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이 확인되면 연준이 금리 인상 논의를 시작할 수 있고, 이르면 그 시점이 2022년 2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해 연준 이사를 지낸 랜달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내년 4~6월에 (금리 인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여름까지는 첫 금리 인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노동부의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53만1천 명 증가해 예상치(45만 명)를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8월과 9월 고용 수치도 이전보다 상향 수정됐다.

주중(10일)에 발표되는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6% 오르고, 전년 대비 5.9%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9월의 0.4% 상승과 5.4% 상승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은 이미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단 금리 인상 논의에 불이 붙으면 신흥국들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선진국, 특히 미국 같은 기축통화국이 경기 부양책을 접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 신흥국에선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통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우려 때문에 뉴질랜드 등은 올해 기준 금리를 인상했고, 호주 등에선 인상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채 금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으로 이들 국가의 금리에 일부 연동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를 감안해 한국은행이 사전에 충분한 정책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8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25bp 인상했다. 작년 5월 사상 최저인 0.5%로 금리를 내린 후 첫 인상이었다.

금통위는 그러나 10월 회의에선 '점진적' 통화정책 정상화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장내에선 그러나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bp 추가로 인상할 공산이 크며, 내년에 몇 차례 더 같은 폭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세계 통화정책 사이클을 복기해 보면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작되면 항상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우리 통화정책 당국이 이번 사이클에서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속하는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만전을 다해 대비할 것을 기대해 본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이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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