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교보 그룹에서 벤처캐피탈(VC) 사업을 한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았죠."

교보 그룹의 이미지는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보생명은 보험사다 보니 투자나 리스크 관리에 보수적이고, 교보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오래됐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교보 그룹 또한 새로운 것에 눈을 돌렸다. 그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교보증권 VC사업부는 그 중심에 있다.

신희진 교보증권 VC사업부 이사는 1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룹에서 디지털 전환을 하는데 VC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것을 발굴해 무언가 바꿀 수 있는 모멘텀을 노리는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신 이사는 작년 10월 교보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교보증권이 VC사업을 새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신 이사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스타트업 등에서 근무하며 사업적 흐름에 대해 알았고, 대우증권과 유안타증권 기업금융(IB) 부서에서 일하며 금융 감각도 갖췄다. 이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에서 VC 관련 업무도 수행했다.

교보증권은 올해 8월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센스를 취득했고, 지난달 말 교보생명과 함께 2천억원 규모의 '교보신기술투자조합 1호' 펀드를 결성했다.

신 이사는 "교보증권 소속이긴 하나 생명 등 그룹 전체의 미션을 갖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기능을 하므로 그룹 관계사와 증권 내부 의견을 모아 사업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펀드 자금 2천억원 중 최근 일차로 400억원을 투입했다. 약 50여 개 회사를 두고 핀테크,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교육 등 4가지 그룹으로 나눴다.

투자 자체가 목적이긴 하지만, VC사업부의 또 다른 미션은 그룹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다.

신 이사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인프라 기술에도 투자한다"며 "평가받는 건 수익률이지만 그 과정에서도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투자 대상을 발굴할 때도 협업 포인트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웹툰 회사가 있다면 콘텐츠 분야에서 교보문고나 교보생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검증한다. 포인트를 찾아내면 더 발전시켜 투자하는 절차를 밟는다.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포인트가 있는 기업이다.

그는 "돈을 벌어야 하니 회사의 포텐셜, 자기만 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중요하다"며 "잠재력 있는 회사를 찾아 주도적으로 딜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에 따른 성취감도 크다"고 강조했다.

펀드를 대형화하면서 생긴 장점은 시리즈 A 투자를 진행한 뒤 시리즈 B와 그 후속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재원이 있다는 것이다.

신 이사는 "잘 성장하는 기업을 살려서 재투자를 진행하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며 "그들은 본업에 매진하고 우리는 자금을 투입하는 컨셉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1호 펀드는 8년 만기 펀드로 4년 투자, 4년 회수의 과정을 거친다. 신 이사는 이 기간을 앞당겨 2호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다음 펀드 규모를 키우려면 1호 펀드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교보 그룹의 디지털 전환 외에도 VC사업부가 그리는 미래는 교보 그룹의 해외 진출이다. 그간 교보 그룹은 로컬기업에 머물렀다. 이제는 VC사업을 선두로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에서도 좋은 투자 대상을 찾으며 점차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신 이사는 "딜에 대한 정보나 시장 트렌드, 인사이트 등 해외 시장은 어마어마한 밸류를 지닌다"며 "교보생명이나 교보문고가 신시장에 나갈 수 있는 작은 씨앗을 VC사업부가 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의 바람은 스타트업의 단순한 재무적 조력자가 아니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한 사업 파트너로 남는 것이다.

그는 "단순하게 돈 때문에 연락 오는 것보다 같이 커피 한잔하면서 고민하고 사업을 키우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저도 사업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같이 크면서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으로도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sylee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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