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내년 6월께 발표될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연례 시장 분류를 앞두고 승격을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현재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시장에 대한 애로사항을 파악 중인 정부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세부적인 대안을 만들어 '액션 플랜'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선 한국의 선진지수 편입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오랜 시간 MSCI 측이 문제로 삼았던 외환시장 접근성에 대한 빗장을 가시적으로 푼다면 8년 만에 워치 리스트에 진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50여 곳 해외 투자자에 서한…외환거래 애로사항 취합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들어 해외 주요 연기금과 증권사 등 글로벌 투자자 50여 곳 이상에 서한을 보내 국내 주식시장 투자와 관련한 애로사항 파악을 진행 중이다. 해당 서한에는 원화 거래에 대한 그간의 불편과 향후 제도 개선에 대한 질의가 많은 내용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와 관련한 답신을 준 투자자만 30여 곳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달 말 MSCI 선진지수 편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현재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연구원 등이 회의체를 조성해 수시로 비대면 회의를 진행 중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이미 경제 규모상으로 선진국인 한국이 (선진시장에) 편입되지 못한 이유는 명확하다"며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강한 만큼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고자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 실현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MSCI 지수의 이머징시장(EM) 지수에 처음으로 편입된 것은 1992년이다. 이후 2008년 6월 선진시장(DM) 지수 승격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견 수렴을 진행했으나 이듬해 불발됐다. 그사이 또 다른 해외 유력 벤치마크인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는 한국을 DM 지수에 편입했다.

이후 2013년까지 한국의 DM 편입은 매년 불발됐다. 그리고 2014년 6월에는 관찰대상국(review list)에서조차 제외됐다. MSCI 측은 원화의 낮은 환전성과 외국인 등록(ID) 시스템의 경직성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가 재차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15년 말이다.

당시 기재부와 금융위가 홍콩 MSCI를 직접 방문하는가 하면 이후 방한한 헨리 페르난데즈(Henry A. Fernandez) 회장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화 역외거래 허용을 둘러싼 MSCI와 한국 정부 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선진시장 지수 편입은 또다시 불발됐다.

가장 최근 실시한 연례 시장 분류에서 MSCI는 한국의 외환시장 자유화 정도에 대해 'There is no offshore currency market'이라고 평가했다.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거래소의 독점적인 데이터 사용권, 영문 공시자료 부족, 글로벌 스탠다드와 상이한 배당금 지급 절차 등도 MSCI 측의 지적사항이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이슈는 역외 환율시장의 부재였다.

우리나라가 역외 환율 시장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과거 IMF 금융위기의 기억 때문이다. 외화유동성과 환율 관리의 권한이 국가의 경제적 자유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IMF를 계기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달러-원 거래 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는 점과 역외 NDF 시장을 통해 사실상 주식 시장에 필요한 통화 거래에 불편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제도개선 없이는 선진시장 지수 편입이 불가능하다는 MSCI 측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한 만큼 이번에는 전향적인 개선안 준비 중이다.

◇ 2023년 선진시장 이전될까…시장 리레이팅 본격화

향후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MSCI가 내년 진행할 연례 시장 분류에서 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다시 등재된다면, 승격 여부는 내후년에서 확정된다. 실제로 MSCI 선진지수로 이전하는 시점은 2023년 상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관찰대상국 재등재부터 시장에서 선반영하는 만큼 코스피로 유동성이 유입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한국은 MSCI의 이머징시장 지수에 중국 A주가 편입된 2018년 이래 줄곧 시장 비중 축소라는 잠재된 리스크에 노출돼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MSCI의 EM 시장 내 한국의 비중이 지금은 13% 정도로 알려졌지만, 중국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시장을 완전히 개방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EX CHINA' 시장 비중이 줄 수밖에 없다"며 "리밸런싱과 별개로 항상 수급 악재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한국이 선진시장으로 신속히 이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선진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머징시장보다 변동성이 낮다. 벤치마크로부터 인정받은 국가에 대한 안정성이 담보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머징시장은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디스카운트가 심하다. 예비 유니콘 기업들이 국내가 아닌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상장을 결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머징시장보단 선진시장에서의 상장이 자금조달에 더 유리해서다. 같은 기업 이익에 대해 더 좋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어서다.

내로라하는 유수의 주가지수 중 한국을 이머징시장에 편입한 것은 MSCI뿐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계기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국가가 여러 곳이지만 한국의 등급은 안정적이다. 무디스 기준 'Aa2' 등급을 받은 곳은 한국을 포함해 십여 국정도"라며 "MSCI가 커버하는 70여 개국 중에서 한국은 경제, 사회 등 대다수 조건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이다. (선진시장에 편입하면) 시장에 대한 리레이팅이 바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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