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새해 첫 두 거래일인 3일과 4일 이틀간 13.9bp 급등하면서 1.6526%까지 레벨을 높였다. 일각에선 10년물 국채 금리의 중기 고점을 2%까지 높여 보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채권시장의 해묵은 '수수께끼(conundrum)' 논란이 잦아들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 정책과 시중금리 움직임이 디커플링(탈동조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앨런 그린스펀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재임했던 시기인 2004년 연준이 긴축에 들어갔지만, 10년물 등 장기물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상황에서 유래했다.

당시 그린스펀 의장은 이런 상황을 수수께끼라 불렀는데, 세월이 지난 후 전 세계 장기 시중 금리의 추세적 하락이 그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세계 경제의 활력 둔화, 노동시장의 성장 지연, 부유층의 저축 증가, 공적 투자 자금에 대한 수요 감소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해 나타난 결과였다.

물가 상승률이 수십년래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는 상황 속에서도 미국 국채 금리가 그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연초 오름세를 보인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력 약화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주요국이 봉쇄 조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제 회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2월 정례회의 기자회견 당시 대차대조표 정상화 논의가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이를 고려할 때 연준은 5일(한국시간 6일 새벽 4시) 공개될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대차대조표 정상화와 관련해 매파적 스탠스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자산 감축은 수급상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을 촉발할 수 있는 재료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장단기 국채 금리 격차다. 채권은 단기물일수록 금리가 낮고, 장기물일수록 금리가 높기 때문에 채권 금리 곡선은 만기가 길수록 우상향하게 된다.

장단기 국채 금리 격차가 작아지면서 곡선이 평평해지면 경기 침체의 전조로 평가된다. 금리 격차 축소는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경기 둔화 시 안전자산인 장기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올라갈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반면 장단기 국채 금리 곡선이 가팔라지는 것은 경기 전망에 대한 심리 개선과 함께 시장 참가자들이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1980년 이후 총 7차례의 기준금리 인상 주기에서 최초 금리 인상 직전 90일간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격차는 축소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10년물과 2년물 금리 격차는 평균 16.1bp 축소됐고, 중간값 기준으로는 21.7bp가 줄었다. 정책 당국의 움직임이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데이터인 만큼 시장이 이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때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이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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