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캐피탈·부동산신탁 자본확충…액셀러레이터 설립



(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한국금융지주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해 후반 열악한 영업환경 속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이 브로커리지와 IB에서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보여준 만큼, 올해도 한국금융지주의 자본 효율성 제고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호예수가 해제된 카카오뱅크 지분을 언제 처분할지, 처분 후 이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한국투자증권의 잠정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4천474억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104.4%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7조1천5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3천373억 원 늘었다.

특히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거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연 환산 22.3%에 달해 국내 대형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기업금융(IB) 전반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뒀고, 해외주식 거래 활성화와 비대면 채널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위탁매매(BK) 부문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지난해 2분기 사모펀드 전액 보상을 단행해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3분기 카카오뱅크 IPO에 따른 지분법 이익이 포함되면서 부담을 줄였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작년 4분기 기준 8조3천700억원으로 늘었다.

비 증권 자회사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 한국금융지주의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은 1조7천6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는데 일부 연결 대상 펀드들의 시가평가에 따라 평가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은 변수지만, 수익구조가 가장 잘 다변화된 한국금융지주의 체력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2~3년 동안 이례적으로 좋았던 증권 업황과 달리 금리 급등 등으로 쉽지 않은 올해 한국금융지주 역시 방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 저축은행, 캐피탈에 각각 500억원, 부동산신탁에 1천500억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스타트업 투자와 성장을 지원하는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면서 200억원을 출자했다. 올해 이익 가시성이 크지 않은 만큼 실적에서 이들 자회사의 연결실적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저축은행과 캐피탈 증자로 금리 상승에 따라 손익이 개선될 수 있는 버퍼도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보호예수가 해제된 카카오뱅크 지분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한국금융지주는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3.25%)을 활용해 27.26%의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는 최대 주주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보유 주식보다 1주 적은 거의 동일한 지분이다.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아 처분 시점을 다소 불투명해졌고 한국금융지주 역시 '좀 더 가지고 가겠다'는 의지지만, 처분 후 자본 활용 가능성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한국금융지주 내부에서도 엑시트 필요성은 여전히 거론된다. 일부 지분이라도 매도해 유동성을 확보, 재투자로 이어지는 자본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지주와 밸류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보호예수 기간이 7일 종료됐고, 한국투자증권의 공정위 제재가 해소돼 지분구조 변화 환경은 마련된 상황"이라며 "지주의 자본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지분 구조 변화를 통한 자본확충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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