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추진(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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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10년간 일부 노선의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고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조치를 부과하면서 통합 시너지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가졌지만,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으로 또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주력 사업인 국제선 노선이 통합으로 축소가 불가피하고, 특히 운임 인상과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이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단기적 수익 저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최악의 적자를 겪었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국제선 확대에 나설 수 있게 돼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게 됐다.

◇국적항공사 통합 시너지 감소

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사 결과 국제선의 경우 양사 중복노선 총 65개 중 40%에 달하는 26개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 국제선에서 향후 10년간 슬롯과 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국내선은 슬롯 재배분 등 구조적 조치가 아닌 행태적 조치만을 부과했고, 화물 사업은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해 실질적으로 국제선만이 합병으로 인한 규제를 받게 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국제선 전체 중 48.9%를 차지하고 코로나19 이전 주요 수익원이 국제선인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하늘길이 다시 열렸을 때 국제선 슬롯 재배분으로 수익성이 둔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 2019년 대한항공의 국제선 여객 매출 비중은 59.2%, 아시아나항공은 61% 수준이었다.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이 있는 국제노선으로 지목한 노선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미주 노선과 파리, 런던, 로마 등 유럽 노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노선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핵심 노선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글로벌 지위를 향상하고 인천공항 점유율 확대로 해외 환승을 유치하고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며, 정비비와 조업비 등 운영 비용을 절감해 연간 3천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제선 슬롯 재배분으로 국제선 매출이 중장기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인력을 유지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줄어들고 규모의 경제 효과도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항공사는 국제선 확장 보다는 화물과 항공정비(MRO), 도심항공교통(UAM) 등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한다"면서도 "향후 해외 지역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합병을 무사히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 LCC, 국제선 슬롯 재배분으로 반등 기회 잡나

반면 LCC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저수익 국내선에 주력하던 LCC들에게 슬롯 재배분으로 국제선 확대의 길이 열린 것이다.

LCC들은 국제선 확대를 준비하고, 장거리 노선에 적합한 항공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중대형기 A330-300을 3대 도입한 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을 운항할 수 있는 중대형기를 추가 도입할 방침이다.

티웨이항공은 항공기 도입 결정 후 인수하는 데까지 빠르면 1년 이내에 가능하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장거리 노선 운항을 선제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 역시 1호기로 보잉 787-9를 도입해 장거리 국제선을 준비하고 있다.

장거리 국제선 운항을 목표로 설립된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이 반납할 유럽 노선 운수권 일부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반납하게 될 단거리 노선 운수권과 슬롯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737 맥스 항공기 50대 도입을 준비해 중·단거리 노선에서 우위를 점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단거리 노선 중 알짜 노선으로 불리는 김포공항 출발 국제선 운수권과 슬롯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김포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과 비교해 서울과 가까워 일본과 중국으로 가는 수요가 많은데, 지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주요 일본과 중국 노선을 독점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슬롯 재배분이 이뤄지면 LCC 항공사들이 신청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LCC 업체들이 국제선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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