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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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현대중공업지주가 사명을 변경하면서 그룹 이미지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탈중공업'에 박차를 가한다.

그간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담당했던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이번 달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처음으로 진입하면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한다.

새로운 사명인 HD현대는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사명 교체 이유를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투자 지주회사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조선·건설기계 등 기존 그룹이 영위하던 중후장대 사업을 넘어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지속돼 왔다.

지난 2020년에는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회사인 아비커스를 설립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선박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한 바 있다.

또 한국투자공사(KIC)와 1조원 규모의 공동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선도적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과 인수·합병(M&A)에 나서기도 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카카오와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 합작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작년 하반기에는 투자 전문 자회사인 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기업인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다.

미래에셋그룹과는 34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의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기로 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기선 대표는 지난 CES 2022에서 "지난 50년 세계 1위의 조선사(Shipbuilder)로 성장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다가올 50년은 세계 최고의 미래 설계자(Future Builder)가 되어 지속가능하고 똑똑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조선해양 주식 290만주를 아산사회복지재단과 KCC로부터 취득하면서 한국조선해양 지분율을 35.05%로 늘렸으며, 정기선 대표를 이번 달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움직임을 현대중공업그룹 내 정기선 체제가 본격화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올해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가 추진되는 것도 표면적으로는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이지만,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2%만을 보유 중인 정기선 대표의 승계 실탄 마련을 위한 지분 가치 제고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그룹 전체에서 신사업을 진두지휘 해온 정기선 대표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는 상황인 만큼, 현대중공업그룹의 탈중공업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기선 대표는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지원 실장과 미래위원회 위원회 등을 맡으면서 그룹 내 인공지능(AI), 수소 등 신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정기선 대표는 계열사별 사업전략 및 성장기반 마련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라며 "신사업 발굴과 디지털 경영 가속화, 사업 시너지 창출 등 그룹의 미래전략 수립에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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