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은영 박사를 내세운 KB손해보험이 일으킨 돌풍이 심상찮다. 현대해상의 독주체제가 영원할 것 같았던 자녀보험 시장에도 오랜만에 긴장이 감도는 모양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된 'KB금쪽 같은 자녀보험'은 지난해 월평균 대비 고객들의 가입이 1.7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한 달간 계약 건수는 1만7천여 건, 매출액은 13억5천만 원이다. 지난해 월평균 자녀보험 가입 건수가 1만 건가량임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업계에선 이를 '오은영 효과'로 분석한다.

오 박사는 육아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해 유명해진 육아 전문 상담가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그는 소아·청소년 클리닉 부문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오 박사와의 상담을 예약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사실이 된 지도 오래다. 그만큼 오 박사는 부모들의 세계에서 절대적인 '브랜드'라고 한다.

KB손보는 오 박사를 섭외하고자 지난해부터 공을 들였다고 한다. 'KB금쪽 같은 자녀보험'이란 신상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상품의 특약 설정부터 네이밍까지 오 박사를 염두에 뒀다.

실제로 이 상품은 정신건강의학박사인 그의 장점을 고려해 자녀들의 멘탈 케어를 보장 영역으로 확대했다. 그간 신체 건강에 집중됐던 자녀보험 상품에서 탈피해 정신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자폐증이나 특정행동발달장애에 대한 진단비를 포함했다.

무엇보다 상품 가입자에 한해 오 박사의 아카데미와 제휴해 제공한 심리검사 부가서비스 등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른 입소문이 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간 자녀보험 시장은 현대해상의 아성을 넘어서기 어려웠다. 2004년 일찌감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업계 최초로 어린이 보험 시장에 진출한 현대해상의 초기 효과는 무서웠다. 지난해 1천만 명의 고객을 돌파한 현대해상의 성장에는 어린이보험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장기보험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을 맞이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은 자녀 보험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떨어지는 출산율 탓에 이 또한 쉽지 않지만, '가입할 사람은 모두가 했다'는 장기보험 시장에서 자녀 보험은 미래의 성장이 담보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국내 산부인과를 꽉 잡고 있다는 현대해상은 줄곧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해왔다. 어린이 보험 판매 GA만 20개에 달하는 현대해상은 '굿앤굿 어린이보험'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각종 맘카페에는 굿앤굿 어린이보험에 가입했다는 댓글이 넘쳐난다.

아쉬운 것 없는 현대해상은 최근 TV 광고를 시작했다. 업계에선 자녀보험 시장에 등장한 오은영 효과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KB손보의 광고 촬영 당일, 오 박사는 직접 노란색 의상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노란색은 KB금융그룹을 상징하는 CI이다. 센스까지 갖춘 영향력 있는 모델의 계약 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린이보험은 한번 가입하면 평생 고객이 된다. 자동차 등 성년이 돼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가입 상품이 늘 수밖에 없다"며 "포화상태인 장기보험 시장에서 자녀 보험을 공략하고 있는 KB손보의 전략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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