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달 16일(현지시간) 공표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의 특징 중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언급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성명 서두에 전반적인 경제 동향을 설명하면서 "팬데믹과 관련된 공급과 수요 불균형, 높아진 에너지 가격, 광범위한 가격 압박 등에 따라 물가 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팬데믹'이라는 말을 한차례 쓴 후 다른 곳에서 추가로 언급하지 않았다.

직전에 발표한 1월 성명에는 "팬데믹으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부문은 최근 몇 달간 개선됐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가파른 증가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진단과 "경제의 경로는 바이러스의 진로에 계속 좌우될 것이다. 백신의 진전과 공급 제약의 완화는 경제활동과 고용은 계속 증가하도록 지원하고 인플레이션은 하락하도록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망에 대한 위험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포함해 계속 남아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대신 이번 성명에는 2018년 이후 첫 금리 인상에 나선 만큼 그에 대한 근거를 간단히 언급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의 목표치로 돌아가고 노동시장이 강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러한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금리를 인상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해 "단기적으로 그러한 침략과 관련 사건은 인플레이션에 추가적인 상향 압박을 가하고,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FOMC 성명의 변화는 미국을 포함한 각국이 코로나19를 '엔데믹(토착병)'으로 받아들이는 대전환의 길목에 서 있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빠른 속도로 지구촌을 휩쓸면서 코로나19 종식까진 아직 갈 길이 남아있지만, 주요국이 경제활동 재개에 나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FOMC 성명에 코로나 관련 언급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20년 4월이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잇따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2020년 초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하면서 코로나19로 판정이 났지만, 같은 해 1월 말 FOMC 성명에선 관련 언급 없이 '고용시장이 강하게 유지되고, 경제활동은 완만한 속도로 증가해 왔다'는 통상적 멘트만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을 선언하자 연준은 다음 달인 4월 FOMC 성명에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은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엄청난 인적 및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들은 경제활동의 급격한 위축과 실업의 급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연준이 팬데믹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것은 2020년 9월이었다. 당시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은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엄청난 인적 및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경제의 경로는 바이러스의 진로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중 보건 위기는 단기적으로 경제활동과 고용, 물가에 지속해서 부담이 될 것이며, 중기적인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상당한 위험을 내포한다"고 썼다.

백신 접종이 크게 확산하고 마스크 착용 폐지, 백신 접종자 일부 지역 여행 허가 등의 소식이 들려오던 작년 6월에는 다소 큰 변화가 관측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진전과 강력한 정책 지원 속에 경제 활동과 고용 지표가 강화됐다. 팬데믹으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부문은 여전히 약하지만, 개선을 보여왔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작년 11월 성명에선 여름 동안에 확진자 수가 늘어났다는 설명이 더해진 후 "팬데믹과 경제 재개와 관련한 공급과 수요 불균형은 일부 부문의 상당한 가격 상승에 기여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또 "백신의 진전과 공급 제약의 완화는 경제활동과 고용은 계속 증가하도록 지원하고 인플레이션은 하락하도록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경제 전망에 대한 위험은 계속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이달 FOMC 정례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연방기금금리(FFR) 목표치를 기존 0%~0.25%에서 0.25%~0.5%로 25bp 인상했다.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선 5월에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수 있다고 코멘트했다. FOMC 위원들은 올해 연준이 총 7회, 각각 25bp씩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에는 최소 3회 금리를 인상할 것을 예상했다. 다만, 연준의 이런 행보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 행보를 예측하기 위해 앞으로도 FOMC 성명 문구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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