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서울=연합인포맥스) '연준 풋'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식 등 금융시장 약세를 막아설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을 일컫는다. '풋'은 특정 가격에 자산을 매도할 수 있도록 약정해 하락장에서 손실을 면하게 하는 용어인 '풋 옵션'에서 따왔다. 연준이 약세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믿음은 1987년부터 18년간 연준을 이끌었던 앨런 그린스펀 의장 시절에 생겼다. 그는 취임 첫해 가을에 뉴욕증시가 급락하자 기존의 긴축 노선을 벗어나 금리를 인하한 것을 필두로, 닷컴 버블 붕괴와 9·11 테러 등 시장의 위기 국면에서 구원투수를 자원했다.

최근 금융시장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연준의 '빅 스텝' 금리 인상 전망 등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다만, 과거 연준 풋 경험에 기대 투자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 이상으로 시황이 악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상존해 있다. 실제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의 경우 지난달 8일 32,632.64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회복되며 같은 달 29일에는 35,294.19까지 고점을 높였다. 특히 3월 18일로 끝난 주간에는 연준이 2018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음에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2020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률(S&P500지수 6.2%, 나스닥지수 8.1%, 다우지수 5.49%)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금융시장에선 그러나 연준 풋과 관련해 기존과는 다른 목소리가 관측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달 31일자 보고서에서 '연준에 맞서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은 '연준 콜'이 반대 개념인 연준 풋을 대체했다며 S&P500지수 등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최근 강력한 랠리를 보였는데, 경제 펀더멘털은 확실히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 기대 확대와 인플레이션 상승, 채권 커브 역전 등으로 경기적 요인은 악화했다며 미국 주식시장은 지속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직 연준 관계자의 입에선 더한 말이 나왔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선 아예 연준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한 칼럼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며 '분명한 것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한 것보다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에게 더 큰 손실을 입혀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현재 기대하는 것보다 연준이 훨씬 높은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의미한다'며 연준이 '어떤 식이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채권금리를 높이고, 주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들리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뉴욕 연은 총재를 역임했다. 뉴욕 연은 총재는 이사는 아니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당연직 부위원장으로서 이사들과 함께 매번 투표권을 행사한다. 순번제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다른 지역 연은 총재보다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한층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뉴욕 연은 재직 당시 매파 성향을 보였고, 프린스턴대학교 경제정책연구센터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현재는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을 잇달아 주문하는 등 매파 스탠스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가 이달 5일 연설에서 연준이 다음 달에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에 착수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기존에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인사들의 변심이 잇따르고 있다. 그의 발언 하루 뒤에 나온 3월 FOMC 의사록에선 모든 참석자가 '2017~2019년 대차대조표 축소 때보다 더 빠르게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위원들은 매달 950억 달러씩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이르면 오는 5월 회의가 끝난 후에 대차대조표 축소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논의도 있었다. 시장이 연준 풋 기대감 부재라는 낯선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때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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