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지급여력비율(RBC)이 급락한 보험사들의 대안 마련을 위해 금융당국이 바빠졌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선 NH농협생명 덕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하고 있다.

4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RBC 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의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여러 방면에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관리에 도움을 줄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를 위한 본격적인 액션 플랜에 돌입한 것은 지난달 말이다.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금리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20여 명과 회동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사장단은 과중해진 자본확충 부담을 토로하며 유연하게 건전성 규제를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다만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현장 발언은 없었다.

이후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RBC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보험사 재무 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RBC비율을 실적 발표에서 밝히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시장에선 이를 급락한 RBC비율을 감추려는 긴급 조치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특히 올해 들어 1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나섰음에도 금리 시장의 방향을 잘못 읽은 농협생명의 채권 재분류 실패가 원인이 됐으리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상장사가 아닌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에 RBC비율을 밝힐 의무는 없다. 이달 13일까지 금감원에 제출할 분기 보고서에만 기재돼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치솟는 금리 탓에 보험사의 RBC비율을 향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시장의 의구심을 더 키운 경영진과 재무 담당자의 '전략적 판단 착오'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해프닝은 업계에 득이 됐다. 얼마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를 맡은 최상목 경제수석 후보자는 금융당국에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개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한다. 최 후보자는 2020년부터 농협대 총장을 맡아왔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농협과의 인연도 인연이지만 그만큼 보험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윗선의 관심이 커졌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농협생명 사태로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을 향한 기대가 커진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농협생명 해프닝을 두고 금융당국에선 조직이 갖는 특수한 정체성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만약 농협금융지주가 자회사 자본확충을 할 역량이 부족해진다면, 중앙회 차원의 자본확충을 위해선 조합의 설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의 경우 조직의 특수성이 다른 금융사들과 다르다. 자본확충 과정이 쉽진 않다"며 "그렇다고 해서 면피가 될 일은 아니다. 그간 꼼수로 자본을 늘려온 보험사들이 이제는 정공법을 선택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