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는 죽이고 한화·농협만 살렸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에 대한 완충방안을 두고 보험업계의 평가는 냉정했다. 이미 일찌감치 예상했던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 제도(Liability Adequacy Test·LAT) 잉여액을 활용한 대안을 두고 눈에 띄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반응은 엇갈렸다.

전일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LAT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에 가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리스크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시가평가 기반의 자산에서 원가평가 한 부채를 제외하는 구조의 현행 RBC 제도가 금리 상승기에서는 자산으로 인정받는 채권의 평가손실만 반영해 가용 자본이 감소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실질적인 보험부채 감소분을 가용자본 증가로 균형되게 반영해 RBC 비율 하락을 완충한다는 게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완충방안을 적용할 경우 최근 RBC 비율이 하락한 보험사의 RBC 비율은 법상 규제 비율인 100%를 초과해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이번 대안은 당장 되팔 수 있는 매도가능증권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일수록 유리한 대안이다.

국내 보험사 중 매도가능증권 보유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건전성을 보유한 이들은 최근의 RBC비율 악화 논란에서 일찌감치 제외돼 있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이 나서줬더라면 방향성이 달랐을 것이란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 보험 계열사들을 제외하고 본다면 한화생명과 농협생명, 한화손보, 교보생명,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정도가 만기보유증권 내 매도가능증권의 비중이 큰 곳들이다.

이중 현재 RBC비율이 150% 이하인 보험사 중에선 농협생명의 매도가능증권 보유 규모가 50조원으로 가장 크다. 한화손보도 12조원 가량을 가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우는 아이 젖 물린 꼴이 됐다"며 "업계 RBC 논란에 불을 지핀 농협생명에 이어 한화손보 정도가 최대 수혜자다. 중소형사는 이렇다 할 구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특정 보험사만 살린게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 시장 안정 차원의 접근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근 RBC 하락이 금리상승에 의한 업권 전반의 현상으로 상대적으로 자본 구조가 취약한 회사에 대해서는 자본확충을 유도하는 보완장치를 병행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금융당국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MG손해보험 역시 이렇다 할 구제가 어렵게 됐다. 그간 MG손해보험은 현재의 부실이 금리 상승 과도기의 일시적인 건전성 악화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매도가능증권 보유 규모가 적어 이번 대안을 적용하더라도 법상 RBC 기준을 넘어서진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MG손보 부실금융기관 지정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에 항고까지 한 금융당국 입장에선 MG손보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며 "MG손보와 다른 보험사 간 재무건전성 악화의 결이 다르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라고 귀띔했다.

논란 끝에 금융당국이 RBC 완충방안을 내놓으면서 반기 결산을 앞둔 보험사들은 급한 불을 끄게 됐다.

한 보험사 재무담당 임원은 "금융당국의 기준선인 RBC 150%는 대다수가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중소형사들은 그룹 차원의 지원 없이는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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