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전경






(서울=연합인포맥스) 광복절 연휴로 국내 금융시장이 열리지 않았던 지난 15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이는 인민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지켜보며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을 비껴간 '깜짝' 행보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인민은행은 금융기관으로 들어갈 4천억 위안 규모의 1년 만기 MLF 대출의 금리를 2.75%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아울러 7일물 역RP(역환매조건부채권)를 통해 2천억 위안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면서 적용 금리를 2.00%로 0.1%포인트 내렸다. 인민은행이 이들 금리를 낮춘 것은 올해 1월에 이어 7개월 만의 일로, 부동산 경기 침체 악화와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조치에 따른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여기에 같은 날 발표된 중국의 지난 7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도시지역 고정자산투자(FAI)가 모두 예상치를 대폭 하회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자, 달러-위안 환율은 역외 시장에서 1% 넘게 급등(위안화 가치 급락)했다.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해 시장 예상치 4.5% 증가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하는 데 그쳐 예상치 5% 증가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1~7월 도시지역 FAI는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는 6.2% 증가였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






뉴욕금융시장은 이 재료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시그널로 해석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9.41달러로, 같은 달 5일 89.01달러에 종가를 형성한 데 이어 또다시 90달러 선을 뚫고 내려왔다. 뉴욕 채권시장에선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전거래일 대비 5.16bp 하락한 2.7869%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차는 -39.1bp로, 29거래일간 역전 현상이 이어졌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로 국제 유가와 채권 금리 동향,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 현상 등을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기 동향이 이들 잣대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새로운 재료로 부상한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중국이 오는 10월 말 또는 11월 개최 예정인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경기 둔화에 대한 정책 대응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라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조정 관측이 대표적이다. 신규 MLF 대출 적용 금리를 조절하면 매달 20일 발표되는 LPR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7월 1년 만기 LPR은 3.7%, 5년 만기 LPR은 4.45%로 공표됐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인민은행이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10월 말 이전에 MLF 금리를 10bp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취약한 주택시장과 소비 심리 약화, 코로나19의 재유행 등으로 인한 역풍 속에 경기 회복을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SC는 올해 3분기와 4분기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전년 대비 3.2%와 4.8%로 제시하고, 연간으로는 3.3%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당초 전망치는 각각 5.3%, 5.9%, 4.1%였다.

다만, 부동산 시장 부진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노무라홀딩스는 '베이징의 정책 지원은 너무 늦었고, 비효율적이다. 시장의 하반기 전망이 과도하게 낙관적이었던 점을 고려해 수주 내에 (중국의)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코멘트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달 초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인 5.5%는 지침이지 고정된 목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목표 달성을 포기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달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앞으로 12개월 사이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비율은 58%로 집계됐다. 이는 7월 조사의 47%보다 높아진 것으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앞으로 12개월 사이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90%에 달했고, 절반에 육박하는 47%가 보통 수준보다 낮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답했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hy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