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당국이 5%룰을 개선하자 금융투자 업계에선 과거 세종텔레콤[036630] 이야기가 다시 회자했다. 몇 년 전 세종텔레콤이 단순투자 목적으로 유진투자증권을 사들이며 벌어진 일련의 과정들 때문이다.

세종텔레콤은 현재 유진투자증권[001200]의 사실상 2대 주주다. 모기업인 유진기업(28.26%)을 제외하면 5%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세종텔레콤이 유일하다.

세종텔레콤은 지난 4월 말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당시 보유하고 있던 유진투자증권 주식 9.77%를 교환대상 주식으로 등록했다.

1992년 국내에서 도입된 5%룰은 주식을 새로 5% 이상 사들이거나 이후 보유 비율이 1% 이상 변동할 경우, 보유 목적 등이 변경되면 이를 보고하도록 한 제도다. 이후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합리적으로 보호하고자 2005년 한 차례 개정됐으나, 여전히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사례가 많아 이번에 새롭게 개정됐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대량보유 보고제도 개선안은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할 경우 구체적인 계획을 명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업계가 이번 제도 개선안의 배경이 된 대표적인 사례로 세종텔레콤을 거론하는 것은 유진투자증권을 사들였던 당시 행보를 두고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세종텔레콤이 유진투자증권 2대 주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20년 4월의 일이다. 신규 보유 지분이 5%를 넘어서며 대량보유자로 공시한 세종텔레콤은 이후 단시간에 공격적으로 유진투자증권의 지분을 사들였다. 유진투자증권은 상한가로 치솟았고,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후 매수 행보는 약 1년 가까이 이어졌다. 지난해 5월, 세종텔레콤의 유진투자증권 지분율은 순식간에 12%를 웃돌았다. 세종텔레콤은 여전히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듣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주식 취득 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했지만 세종텔레콤은 이를 간과했다. 명백한 실수였다. 법상 금융위에는 승인 없이 취득한 10% 이상 지분에 대해 6개월 내 처분을 명할 권한이 있다.

세종텔레콤은 12%대 지분을 확보한 지 일주일 만에 급히 지분을 처분, 10% 이하로 지분율을 낮췄다. 이 과정에서 수억 원대 손실을 보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도 세종텔레콤은 유진투자증권의 지분 매수도 목적을 '단순투자'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여전히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은 김형진 세종텔레콤 대표이사 회장 때문이다.

김 회장은 과거 명동 사채시장의 큰손이었다고 한다. 시장에선 그를 '백한바퀴'라고 불렀다. 하루에 명동을 백 한 바퀴 돌 정도로 성실한데다 사업 수완이 좋았다고 알려졌다.

그렇게 채권시장에서 내로라한 인사가 된 그는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기회를 마련했다. 평소 국공채 거래로 증권사, 투신사를 눈여겨보던 그는 그해 동아증권을 인수했다. 이후 세종증권으로 사명을 바꾸고 도입한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으로 세종증권은 업계 10위로 도약했다.

2005년, 김 회장은 세종증권을 농협중앙회에 팔았다. 그렇게 지금의 NH투자증권 전신이 됐다. 당시 김 회장은 30억 원에 사들인 동아증권으로 수백억 대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종텔레콤이 부침을 거듭하며 유진투자증권을 둘러싼 M&A 이야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지난 16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세종텔레콤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감사 법인으로부터 자회사의 부정한 사건을 이유로 의견 거절을 받아서다.

세종텔레콤 자회사 비브릭은 부동산 조각 투자와 암호화폐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사업을 하는 곳으로 최근 가상자산 운용 과정에서 임직원의 횡령과 배임 이슈가 불거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룰 개선의 취지가 정보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점에서 업계에선 자연스럽게 세종텔레콤 사태를 떠올렸다"며 "최근 재무 상태는 좋지 않지만 워낙 오너십을 기반으로 조각 투자, 부동산, 가상자산 등 투자하는 범위가 넓다. 제도권 금융회사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한 것 같지만, 라이선스 장사가 쉬워진 만큼 언제 어떻게 등장할지 모르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투자금융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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