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약 13년 만에 1천350원대를 돌파하는 등 '강달러' 기조가 심화되고 있다.

연말 환율 상단이 1천4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채권과 주식 등 국내 금융시장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연말까지 강달러…환율 상단 1천400원 전망도

1일 연합인포맥스가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시장·투자상품 관련 전문가들을 서면 인터뷰한 결과 강달러 기조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연말 달러-원 환율 레인지는 1천300원 선에서 움직이는 한편 상단은 1천400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백석현 신한은행 S&T 센터 수석매니저는 "달러화 가치를 떠받치는 것은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과 중국의 총체적 악재, 유럽의 에너지 위기 등 3개의 기둥이다. 연말까지 3대 변수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연말 1천340원에서 1천370원을 예상하지만 악재가 중첩되면 1천400원 상단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도 "달러-원 환율 1천350원 레벨은 2000년대 이후 역사적 분포로 봤을 때 장기 평균대비 상위 5%에 해당하는 레벨로 기술적인 고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강달러를 견제할 수 있는 상대 통화인 유로화나 엔화가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말 달러-원 환율은 낮게는 1천300원에서 높게는 1천370원 이상까지도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며 "미국 중심의 긴축 환경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는 한 오버슈팅한 달러-원 환율이 일부 되돌려질 수는 있어도 기조적인 강달러 스탠스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자금시장영업부 연구위원도 "단기 관점에서 1천370원에서 1천380원 수준의 상단까지 열어놓아야 한다"며 "연말로 가면 금리정책의 베이비 스텝 전환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점진적인 하락 흐름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달러-원 환율이 1천300원은 상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러한 강달러 기조가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 등 우리나라 금융시장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박대봉 농협은행 외환사업부 FX딜링팀 팀장은 "달러 강세는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주식과 채권 등 원화투자상품 매도로 이어질 것"이라며 "달러-원 상승으로 투자자산에 대한 환차손 우려가 부각될 경우 국내자본시장에서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심리가 강해지며 주식시장에서도 상반기에만 20조원이 유출됐다"면서 "다만 최근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가 나타나고 있다. 원화가 국내 경제 펀더멘털 대비 상당히 저평가된 점을 생각하면 주식이나 채권을 매수하려는 유입자본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강달러 불똥 엔저(低)로…연말까지 물가지표 주목

이런 강달러는 원화뿐 아니라 일본 엔화 가치 하락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박대봉 농협은행 팀장은 "일본은행(BOJ)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와 미·일 금리차 확대에 따른 캐리 수요로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연말 엔-달러 환율 레인지는 134엔에서 145엔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엔화의 변수는 미국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변동"이라며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제한적인데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미국 경제 전망이 안 좋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도 크게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위원은 이를 감안해 연말 엔-달러 환율은 130엔에서 135엔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의 경우 달러는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하는 한편 일부에서는 엔화를 찾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섭 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실수요자를 제외하면 추가로 달러를 매수하시는 분은 거의 없다. 오히려 기존 달러 보유자 중 분할로 환차익을 실현하는 분이 더 많다"며 "환투자에 적극적인 분들은 엔화 약세가 구조적인 것을 감안하고도 일부 매수하시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물가지표의 변화와 그에 따른 미 연준의 금리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물가지표가 유의미하게 변화돼야 미국 통화정책의 속도나 방향성에 대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측면에서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 CPI가 추세적으로 감소세를 보일지에 대한 부분이 연준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이벤트"라며 "연말로 가면 유럽 경기 불확실성을 키우는 러시아 천연가스의 가격 등락 여부와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금리인하 조치 등 이들 국가의 통화 방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연말까지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수석매니저는 "지금까지 달러화 강세를 견인한 미 연준의 정책기조나 중국·유럽 악재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중국·유럽의 향후 정책대응이 긍정적으로 해석되거나 최악을 지났다는 심리가 생길지가 중요한데 연말까지 시간이 길지 않아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무리인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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