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정지서 기자 =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벌써 마땅한 후임자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임박한 임기 만료에도 늦어지는 공모를 두고 특정 후보자의 내정설과 현 안효준 CIO의 세 번째 연임 등 각양각색의 하마평만 무수히 거론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안효준 국민연금 CIO의 임기는 내달 7일 만료된다.

국민연금 내규상 CIO의 임기는 2년이다. 성과에 따라 1년씩 연임이 가능하다.

통상 국민연금은 CIO 임기 만료를 앞둔 3개월 전쯤 공모 절차를 개시했다. 하지만 보름 남짓 남은 안 본부장의 임기에도 이렇다 할 절차가 시작되지 않고 있어 일각에선 그의 연임을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법 제32조는 기금 이사의 임기를 계약기간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사자와의 계약에 따라 추가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10월부터 기금운용본부를 이끌어온 안 본부장이 또다시 연임에 성공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미 안 본부장은 두 번의 연임에 성공해 총 4년간 CIO를 맡아왔다. 국민연금 CIO 중 연임에 성공한 첫 사례이자, 최장수 CIO다. 운용수익률만 보면 2019년(11.3%)을 시작으로 2020년(9.7%), 2021년(10.8%) 모두 10% 넘는 성과를 내며 시장을 아웃퍼폼했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이사장까지 교체된 만큼 새로운 인물이 차기 CIO를 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업계 안팎에선 박성태 전략부문장의 CIO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 부문장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당시 입사한 원년 멤버다. 입사 이래 줄곧 기금운용본부에 몸담으며 리스크관리센터장과 투자전략팀장 등을 지냈다.

기금운용본부 내 매니저들이 3년 단위의 계약직으로 이직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부문장의 커리어는 조직 내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는 안 본부장 체제에서는 운용전략실장을 맡아 기금운용 전반을 챙겼다. 그만큼 조직에 대한 이해와 로열티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연기금 CIO 선임 추세가 내부 출신이란 점도 박 본부장의 발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얼마 전 한국투자공사(KIC)는 이훈 미래전략본부장을 신임 CIO로 선임했다. 당시 이 CIO는 면접자 중 유일한 내부 출신 인사였다. 교직원공제회도 올해 초 30년 근속의 박만수 기금운용총괄이사(CIO)를 임명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 역시 지난 5월 내부 출신의 박양래 자산운용본부장(CIO)을 선택했다.

내부 출신 인사의 가장 큰 장점은 조직 장악력과 이해도에 있다. 2~3년의 짧은 임기에서 별도의 적응 기간 없이 운용에만 매진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이 안 본부장을 CIO로 선임했을 때도 국민연금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는 후문이다. 안 본부장은 2011년 해외증권실장과 주식운용실장을 맡아 국민연금에 몸담았다. 내부 출신은 아니지만, 당시 와해하다시피 한 조직을 추스르는 데는 국민연금을 잘 아는 시장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순혈주의가 오히려 연기금의 성장을 도태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연기금들은 갈수록 해외 시장을 두드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대체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방어해야 해서다.

하지만 내부 인사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해외투자 부문에서 두각을 보인 전·현직 연기금·자산운용사 CIO와 대표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장동헌 전 대한지방행정공제회 CIO, 서정두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 등이 대표적이다. 절차가 시작되면 내로라하는 업계 인사들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인사 검증 단계를 거쳐 국민연금 CIO가 되더라도 국정감사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다"며 "그런데도 국민연금 CIO 자리가 갖는 상징성은 상상 이상이다. 많은 이들이 추천 명단에 거론되고 도전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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