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직전 저점이던 7월 초와 비교해볼 때 코스피를 둘러싼 환경이 더 부담스러운 만큼 코스피가 연저점을 방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26일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7월 초와 지금을 비교하면 금리와 환율은 훨씬 더 높아졌고, 수요 위축 우려로 유가와 천연가스는 낮아졌다"며 "금리 레벨과 앞으로 도달하게 될 최종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지금이 더 부담스럽고, 더욱이 최근 새롭게 수정된 내용이 주식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기보다 반영돼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일 코스피는 2,290으로 연저점을 경신했다.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8배로, 다시 장부가보다 낮은 1배 이하로 내려왔다.

7월부터 두 달여에 걸쳐 주식시장 반등을 이끌었던 것은 시장 금리와 유가의 하락이었다. 주가가 내려온 상황에서 금리와 유가로 대표되는 비용 요인들이 경감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올라갔고, 일시적으로나마 달러가 반락하면서 외국인 수급 유입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계기가 됐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조절론이 지금은 반대 상황으로 흘러가 자산 가격을 끌어내리는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연준은 세 번 연속의 75bp 인상이라는 자이언트스텝에 이어 남은 2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125bp 내외의 금리 인상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4%를 넘어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경기 침체 악재에도 3.7%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자산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담당하는 이 10년물 금리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7%선을 지난주 돌파했다. 달러인덱스는 113까지 올랐고 글로벌 비 달러 통화 가치는 일제히 절하됐다. 파운드화는 37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안영진 연구원은 "월말 월초를 맞아 주요 경제지표가 대거 발표되고 해석에 따라 너무 오른 달러와 금리가 일부 되돌림 되고 많이 빠진 것들의 가격 메리트가 부각돼 반등하는 등의 작은 변동은 유발할 수 있지만, 이 거대한 방향을 전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일본과 한국의 중앙은행들이 극심한 통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직접 개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책당국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라며 "엔화와 원화의 단기 반응에서 방어의 효과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메이저인 연준이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비 메이저의 조치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한국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면이어서 원화도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며 "원화 약세로 외국인 매도 물량이 출회되면서 지지선이 속절없이 무너졌고, VKOSPI 등 변동성 지표가 크게 확대된 게 아니어서 코스피 추가 하락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서정훈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 강화에 따라 시장금리 상승세는 불가피하고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아진다"며 "자산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퇴치에도 부정적이어서 당분간 상승 시도는 난망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관론 정점이 결국 증시 바닥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 지분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며, 9월 펀드매니저 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투자가들의 현금 비중 역시 역대급으로 늘어나 있다"며 "원화 환율 또한 오버슈팅 상태이기도 한 만큼 매크로 여건상 최소 연말까지 변동성 구간을 대비해야겠지만, 역발상 투자가 장기 투자의 성패를 좌우했음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B금융투자 강현기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이 모든 사건의 부정적인 측면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봐야 한다"며 "국내 유수의 기업 주식들이 장부가 대비 극도로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인데,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호재는 주가가 낮다는 것이라는 격언을 되새길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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