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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퇴직연금의 보편적인 투자전략으로 자리 잡은 부채연계투자(LDI) 전략이 금리급등기에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채연계투자(LDI, Liability Driven Investment)란 현금 및 국채 등 안전자산 투자에 주식 등 수익추구형 포트폴리오(RSP)를 결합한 자산배분 전략이다. 기업의 퇴직금 충당부채 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점으로 많은 퇴직연금이 이를 활용했다.

문제는 LDI 전략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거 채택되다 보니 금리 급등기에는 시험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금리가 급등하고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LDI 전략을 채택한 퇴직연금은 채권을 팔아치우게 돼 채권가격 추가 하락을 촉발한다.

퇴직연금 자문회사 AON의 캘럼 매켄지 투자파트너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퇴직연금이 계속 팔아치우게 된다"며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LDI가 금리 하락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미래 지급의무액이 늘어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LDI 전략은 자산과 미래지급금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한다.

컨설팅 회사 하이먼스 로버트슨의 존 해쳇 파트너는 "LDI 매니저는 30파운드에서 40파운드의 연금자산을 이용해 100파운드의 금리 노출 상품을 산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잉글랜드은행(BOE)이 시장혼란을 막기 위해 장기채권 매입 등 긴급 개입에 나섰던 것도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영국 퇴직연금의 매도세를 중단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1조8천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진 미국 기업 퇴직연금 동향도 주시해야 하는 대목이었다.

컨설팅 겸 보험중개사 윌리스 타워스 왓슨이 관리하는 미국 기업 퇴직연금은 올해 들어 채권 가격 하락으로 수천만 달러의 담보를 제공했다.

이 회사의 존 딜레이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상당히 흥미로운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와 퇴직연금 관리자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미국 퇴직연금은 파생상품 이용을 증가시켰다. 지난 2006년 연방정부가 장기 회사채 금리를 이용해 유동성을 측정하기 시작하면서였다.

프루덴셜 파이낸셜의 PGIM에서 LDI 전략을 관리하는 톰 맥카턴은 미국에서 파생기반 LDI 전략이 확산하고 있지만 "영국에서 사용되는 규모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미국 퇴직연금은 영국 퇴직연금이 파생상품을 이용해 달성하려는 목표를 30년 만기 회사채와 미국 국채 스트립 채권을 이용해 달성할 수 있다고 맥카턴 매니저는 말했다.

인베스트먼트 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영국에서 퇴직연금 등이 LDI를 활용하는 규모는 2011년 4천억 파운드에서 2021년 1조6천억 파운드로 증가했다.

영국 규제 당국에 따르면 영국 퇴직연금의 위험 활용 수준도 상승했다. 2019년 137개 대형 퇴직연금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5%가 최근 5년 동안 레버리지 이용을 늘렸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최대 7배까지 레버리지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은 이번주 채권 파동은 극단적인 시장 상황에서 LDI 성과를 시험하는 첫 번째 심각한 금융위기였다고 지적했다.

영국 리즈대학의 피터 모이저 교수는 "이 전략은 레이더 아래에 있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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