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0월 미시간대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 긴축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9월 CPI 발표가 있었던 지난 13일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에서 연준이 11월에 금리를 75bp 인상할 가능성이 99%로 치솟은 것이다.

또 12월 회의에서 연준이 4.25~4.50%까지 기준금리를 50bp 올릴 가능성은 40.4%, 75bp 올릴 가능성은 56.8%로 반영했다. 이는 연준 위원들이 9월 점도표에서 예상한 올해 말 기준금리 4.4%는 물론, 내년 목표 범위 상단인 4.6%도 위협하는 수준이다.





연준이 쉽게 '피벗(정책 전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지난 12일 발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연준 위원들은 의사록에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완화가 예상보다 천천히 나타나고 있다"며 "제약적인 수준으로 정책을 이동한 후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다수 위원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너무 적은 조치를 하는 비용이 너무 많은 조치를 하는 비용보다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9월에 최대 속도로 움직였으며, 그 속도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9월 CPI 발표가 있었던 13일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 이상 급락했다가 3% 넘게 급등하면서 팬데믹 저점 당시인 2020년 3월 이후 최대 변동 폭을 나타냈다. 이어 10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발표된 14일에는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돌연 급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채권시장에선 미국 국채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MOVE 지수가 12일 160.72로 급등하며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14일엔 미국채 매도세가 시장을 압도한 가운데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대에 안착했다. 같은 날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148엔 중후반까지 레벨을 높이면서 30여년래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통상 통화정책의 시차가 반년 정도이고, 9월에야 미국 내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 이상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연준의 긴축에 따른 실물경제의 고통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물가의 하방경직성이 높아 한동안 연준의 강경한 긴축 스탠스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연준의 피벗 기대감은 시기상조고, 점도표 상향조정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9월 FOMC에서 19명의 연준 위원 중 17명이 물가의 상방 리스크를 지목하기도 했다. 다만 경제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 등을 계산에 넣으면 연준이 운신의 폭도 그다지 넓지는 않아 보인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재앙을 자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지금처럼 강도 높은 통화 긴축 정책을 지속할 경우 집값 폭락과 은행권의 신용 경색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이는 미국의 소비 시장을 위축시키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현재 시장은 향후 연준의 행보와 관련해 11월 75bp, 12월 50bp, 내년 1분기 25bp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다만 이런 경로는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영국의 감세 정책 파동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주 부로 긴급 시장 개입 조치인 채권 매입을 종료했다. 시장 안정을 위해 임시 레포(Repo) 기구를 11월 10일까지 운영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 1~2일 열리는 11월 FOMC까지 약 2주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이번 주에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 다수의 연준 관계자가 연설에 나선다. 연준은 FOMC 일주일 전부터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내지 않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간다. 연준 관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면서 정책변화의 실마리를 찾는 데 집중할 때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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