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JB금융지주가 1천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발행 예정액의 절반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회사채 시장 한파로 기관의 투자 심리가 악화했고 리테일 수요는 고금리를 주는 한전채 등으로 이동해서다.

JB금융지주는 만기별 금액을 재조정해 발행을 이어갈 예정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JB금융지주는 1천억 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80억 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만기 2년물에 800억 원, 3년물에 200억 원의 자금 모집을 계획했으나 2년물 230억 원, 3년물 150억 원의 수요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발행 물량의 절반 이상이 미매각된만큼 실제 발행금리는 희망 금리 최상단인 동일 만기의 개별 민평 4사 수익률 평균에 50bp를 더한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JB금융지주는 만기별 발행 금액을 재조정해 자본 확충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시장의 수요가 있는 2년물을 850억 원으로 증액하고, 3년물은 확보한 수요대로 발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청약일은 오는 25일이다.

◇회사채 시장 한파에 정치 리스크까지 '엎친 데 덮친 격'
회사채 시장에 전방위적인 한파가 불어닥치며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 시중금리 변동성 등에 따른 시장 냉각에 이어 '레고랜드' 사태도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한 탓이다. 특히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는 회사채 시장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음에도 투심에 치명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이다.

금리 변동성은 여전히 회사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5bp 금리 인상을 주장한 복수의 소수 의견이 나오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던 국고채 금리는 이튿날 다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시장 기류를 냉각시키는 요인이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의 빅 스텝 금리 인상과 금리 변동성 등 시장 분위기가 냉각된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까지 악재가 겹쳐 시장 불안 심리가 커졌다"며 "레고랜드 사태 때문에 단기 크레딧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서 회사채 시장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레고랜드는 사실 회사채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이후 공사채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등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리테일은 고금리·우량 한전채에 쏠려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에 그나마 온기를 불어넣던 리테일 수요는 더 우량한 한전채 등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A'급의 한국전력공사는 이달에만 4번에 걸쳐 1조4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금리 상승으로 한전채 채권금리가 5% 후반대에 도달하는 등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하자 리테일 수요가 한전채 등에 쏠린다는 것이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JB금융지주 수요예측에서 리테일 수요가 거의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리테일도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을뿐더러 최근 공사채나 한전채 금리가 5% 후반대에 육박하고, 채권 발행도 많이 하다 보니 수요가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시장에 '아사리판'이 났다"며 "그나마 리테일도 연초부터 살 사람들은 다 샀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채 2년물 금리가 5% 후반대에 이르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 우량한 한전채를 볼 것"이라며 "연말까지 회사채 시장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JB금융지주는 올해 두 차례 공모 회사채 발행을 성황리에 마쳤지만, 이번 수요예측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달 발행을 마칠 경우 JB금융지주가 올해 공모채로 마련한 자금은 3천420억 원에 달한다.

JB금융지주 신용등급은 'AA+'다. 핵심 자회사 광주은행(AA+)과 전북은행(AA+)의 안정적인 영업 기반 등을 바탕으로 해당 신용등급을 인정받고 있다.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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