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피혜림 기자 = "한동안 흥국생명의 해외 조달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흥국생명이 혼자 죽고 나머지 보험사 조달은 살린 셈이다"
흥국생명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사태가 결국 번복으로 막을 내렸다. 흥국생명은 오는 9일 예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흥국생명 사태가 콜옵션 행사로 일단락되면서 보험사 조달 역시 한숨 돌릴 전망이다. 다만 최근 발행 및 유통량 급감으로 지표 등을 통한 회복세를 확인하기 힘든 만큼 시장은 내년 조달에 나설 한화생명을 주목하고 있다.

8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전일 흥국생명은 싱가포르 거래소를 통해 이달 9일 돌아오는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난 1일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한 지 엿새 만의 일이다.

흥국생명의 번복에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발행 당시 100달러였던 흥국생명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액면가는 전일 콜옵션 행사 발표 직전 72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해당 결정이 알려지자 98달러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를 이틀여 남긴 터라 채권 가격 회복세가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잃어버린 시장 신뢰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 9월까지만 해도 해외 시장에서 콜옵션 행사를 약속했으나 이달 갑작스럽게 미이행을 선언한 데다 파장이 커지자 다시 결정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한국물(Korean Paper) 신종자본증권 콜 리스크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A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콜 행사를 결정하면서 불안감이 커진 시장에 안도감을 주긴 했지만, 투자자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한국물 보험사 외화 신종자본증권 역시 콜 리스크 등을 반영해 그동안 지불하지 않았던 추가 금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 사태는 국내 시장에서도 주목도가 상당했다. 일부 물량이 리테일 등을 통해 국내에서 소화됐던 데다 당연히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예상했던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충격은 배가 됐다.

B 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전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작고 은행 등의 발행물 대비 우량하지 않다는 인식 역시 크다"며 "보험사 조달에는 부담을 미치겠지만 전반적인 채권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물 시장은 달랐다. 최근 외신 등을 통해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가 알려진 상황에서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됐다.

한국물 시장에서 다른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급락한 것은 물론 거래량도 급감했다.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탓에 달러채 발행은 중단됐고 거래량은 줄어든 반면 매도세는 지속돼 유통금리 또한 확대되기 시작했다.

C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경우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사태가 더 해지면서 당분간 한국물을 사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온 글로벌 투자자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전체적으로 한국물 선호도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내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한화생명으로 쏠리고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삼성생명, 교보생명과 함께 국내 3대 생명보험사로 꼽히며 높은 신뢰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콜옵션 행사를 위한 차환 물량이 있어 발행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내년 콜옵션 상환 등에 대비해 10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했으나 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잠정 연기한 상태다. 한화생명의 경우 추가 자본조달 없이도 조기 상환이 가능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발행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흥국생명, DB생명 등과 달리 내년 4월 예정인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시행해 조기 상환을 할 것"이라며 "조기 상환은 추가 자본조달 없이도 가능한 수준으로, 현재 발생한 금융시장 변동성은 회사에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D 업계 관계자는 "유통금리가 얼마나 회복될지가 등이 관건"이라며 "흥국생명 사태로 콜 리스크 등에 대한 불안은 고조됐지만, 콜옵션 행사를 결정한 만큼 다른 보험사 조달 불안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한화생명이 발행을 무사히 마치면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흥국생명과 금융당국 등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콜옵션 행사가 가능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종자본증권 차환 발행에만 매달렸던 흥국생명의 대책 없는 접근과 두 달 뒤 개선될 규제 비율에 매여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 당국이 시장에 대한 불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E 업계 관계자는 "시장 파장이 커지자 흥국생명이 당국 압박 등으로 뒤늦게 콜옵션 행사에 나선 모양새"라며 "이미 시장 신뢰는 모두 훼손됐다는 점에서 이들의 안일했던 사태 인식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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