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브릿지인베스트먼트 亞 대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온다예 기자 =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자산운용사가 전략적 해외 거점으로 한국을 가장 먼저 지목했다. 그리고 그 수장에 이승환 전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전략실장을 앉혔다.

이승환 브릿지인베스트먼트그룹(Bridge Investment Group) 아시아 사업부문 대표는 1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투자만 수십 년을 하고 보니 좋은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게 의무가 됐다"며 "부동산은 수단일 뿐이다. 시장 부침에도 흔들리지 않는 좋은 상품을 한국 투자자들에게 소개해 캐피털 게인을 함께 얻고 싶은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브릿지인베스트먼트그룹은 현재 미국 전역에서 42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적인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다. 최근 글로벌 부동산 전문지 PERE가 선정한 올해의 민간 부동산 운용사 1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브릿지인베스트먼트에 이 대표가 둥지를 튼 것은 지난 2020년 봄이다. KIC에 몸담았던 시절, 한 포럼에서 기관투자자와 운용사 최고경영자(CEO) 사이로 만난 로버트모스(Robert Morse) 브릿지인베스트먼트 그룹 회장과의 조우가 지금의 인연이 됐다. 모스 회장은 오랜시간 씨티 그룹에서 IB와 아시아 사업부문을 이끌어 한국에 대한 남다른 식견과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인물이다.

이 대표가 브릿지인베스트먼트 행을 선택했을 때 시장에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꽤 놀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 직전 동화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IMF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한때 국내 최대 전자회사에 다녔던 그는 이후 교보생명과 블랙록자산운용에서 자신의 길을 찾았다. 평생 주식과 채권을 다뤘던 이 대표는 국부펀드 KIC에서 투자전략 전반을 책임지다가 뉴욕 사무소에서 수년간 글로벌 투자자들과 함께 호흡했다.
이 대표는 "부동산이라고 주식, 채권과 다르지 않다. 모든 투자자산은 연계돼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 회사의 독특한 투자 방식과 뛰어난 수익률이라면 부침없는 성과가 가능하리란 확신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브릿지인베스트먼트는 철저히 '밸류 애드(Value Add)' 전략을 추구한다. 미국 부동산 중에서도 저층 아파트단지에 해당하는 멀티패밀리를 사들여 이를 리모델링 해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특히 대도시 중심에 있는 최상위 임대주택(클래스A) 보단 신도시 또는 도심 외곽에 위치한 중상위 임대주택(클래스B)에 주목한다.

임대 주택이라고 하면 국내에선 저소득층을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에서는 조금 다르다. 인구 대부분의 아파트가 임대주택인 미국에서 멀티패밀리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가장 안전한 투자 자산이다.

이 대표는 "미국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 구입 여력이 수년 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임대주택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반면 주택 공급은 가구가 새로 형성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임금 상승으로 렌트비를 더 받을 수 있는 클래스A는 공급이 많지만 클래스B는 그렇지 못해 수요는 언제나 클래스B에 몰린다. 일반 서민들이 거주하는 클래스B의 임대율이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캡 레이트(capitalization rate) 측면에서도 지금은 경기 상황 상 미국 아파트에 투자할 시기다.

이 대표는 "최근 20여년 간 미국 아파트의 캡 레이트는 지속적으로 하향 트렌드를 유지했으나, 금리 상승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앞으로가 섹터와 운용사의 역량 차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라고 내다봤다.

브릿지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대표 상품은 '브릿지 멀티패밀리 펀드(Bridge multifamily fund)'다.

상장사인 브릿지인베스트먼트가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까지 이 펀드의 수익률(Net IRR)은 평균 23%가 넘는다.

이 대표는 "통상 투자기간을 다 합쳐 펀드 만기가 10년이라고 하지만 7~8년 되면 매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받아볼 수 있다"며 "수익률만 따지면 글로벌 랭킹 최상위권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펀드를 비롯해 싱글 패밀리 렌탈(Single Family Rent), 브릿지 뎁(Bridge Debt) 등 대다수 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두자릿수다.

익히 소문난 탓에 이 대표는 한국 법인이 세워지자마자 펜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1조 넘는 자금을 모았다. 각종 공제회, 보험사를 비롯해말레이시아 등 해외 국부펀드들도 브릿지인베스트먼트를 찾았다.

한국법인은 브릿지인베스트먼트가 처음으로 진출한 글로벌 전략적 요충지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글로벌 국부펀드는 물론 기관 투자자, 더 나아가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브릿지인베스트먼트의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소개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KB자산운용과도 손을 잡았다. 양사는 향후 4년간 총 3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KB금융그룹 차원에서 10억 달러,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20억 달러를 투자한다. 미국 내 부동산 투자에 대한 협업은 물론 개인 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해외부동산투자 상품 개발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레버리지만 이용한 수익은 한계가 있다. 지금은 항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멀티패밀리와 같은 주거용 주택은 가장 유망한 투자처다. 더 많은 이들이 시장의 옥석을 가려 투자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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