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장순환 기자 =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 번복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흥국생명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은 데다,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시중은행이 동원된 만큼 흥국생명의 사주인 이 전 회장 역시 한시바삐 사재 출연 등 책임감 있는 자구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최근 흥국생명 사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흥국생명에 대한 자본확충을 연내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자본 확충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초 시장에서는 태광그룹의 바이백(Buy-Back) 가능성을 내다봤다. 태광그룹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예정일 전에 자사의 자금을 활용해 해당 채권을 사들여 조기 상환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체 유동성을 활용해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했다. RP는 발행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단기 채권이다.

해당 RP는 4대 시중은행이 십시일반 해 사들였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볼멘소리가 나왔다. 은행들은 부랴부랴 흥국생명에 크레디트익스포저(CE)를 부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RP 매입 자체가 은행에 큰 손실을 안기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흥국생명의 유동성 상황을 고려하면 정무적인 판단이 아니라면 메리트 없는 거래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각종 지원 대책에 자금 수요가 빗발쳐 은행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흥국생명에 대한 지원이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달 초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직후 글로벌 시장에선 한국 채권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당시 콜옵션 미행사 소식이 알려지자 글로벌 채권시장 내 흥국생명 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며 발행 당시 100달러였던 액면가가 콜옵션 미행사 직후 82.5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채권의 부도 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회사채 위험도를 알리는 신용 스프레드도 벌어졌다.

흥국생명이 부랴부랴 콜옵션을 다시 이행하겠다며 기존 공시를 번복, 조기상환에 성공했지만, 시장에선 잠시나마 시장의 관행을 깬 흥국생명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 레고랜드와 함께 흥국생명을 최근 자금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채권 시장 여건을 개선하고자 급하게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을 발표한 배경으로도 흥국생명을 거론하는 모양새다.

시장 참가자들은 회사를 책임지고 이는 대주주가 아닌 시중은행이 먼저 나선 것 역시 모럴해저드를 야기할 수 있는 선례라고 입을 모은다.

흥국생명은 이 전 회장이 지분 56.53%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와 그의 친족 지분 합이 81.95%에 달한다.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지난 2017년 이 전 회장은 송사가 한창이었다. 그는 회삿돈 수백억 원을 빼돌려 2011년 1월 구속기소 됐다.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풀려나며 '황제보석' 논란에도 휩싸였다. 사법부는 이 전 회장의 횡령액을 206억원으로 보고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에서야 사법 리스크를 10년 만에 털어냈다.

지난 10년간 이 전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태광그룹 전반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기 어려웠다. 그간 대주주의 지원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현재, 이 전 회장 개인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많은 흥국생명 사태를 해결하고자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됐다는 것은 시장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이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일부를 매각하거나 담보대출 등을 통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자금을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금융기관의 대주주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흥국생명에는 합리적이었던 순간의 선택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났다. 사실상 개인 회사인 흥국생명을 위해 정부 차원의 연쇄적인 정책이 발표됐다"며 "최소한 대주주가 나서서 사재 출연 등 사태 해결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jsjeong@yna.co.kr
shja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4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