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제2의 흥국생명 사태를 방지하고자 국내 보험사에 시장과의 소통을 주문하고 나섰다. 잠시나마 흥국생명이 깬 관행이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끼친 만큼 시장 안정에 기여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일 국내 보험사에 자본성 증권의 조기상환에 대한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금감원은 내년까지 조기 상환일이 도래하는 자본성 증권이 있는 보험사의 경우 콜미팅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투자자와 상환 의사 여부를 사전 협의하라고 주문했다. 더불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보도 참고자료 등을 통해 선제로 소통하라고 당부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한화생명[088350]을 예로 들었다.

한화생명은 지난 15일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콜미팅을 통해 내년 4월 도래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현재 한화생명은 2018년 4월에 조달한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외화자산으로 매칭해 운용 중이다. 조기 상환을 위해 내년 1분기 중 이를 현금화해 상환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 없다는 게 한화생명 측의 입장이다.

이날 콜미팅에서 한화생명은 과거 발행한 자본성 증권 중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한 차례도 없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흥국생명 사태 이후 조기상환 규모가 가장 큰 한화생명을 향한 시장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전일 한화생명은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조기 상환에 대한 의지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한화생명의 이런 시장 소통이 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과 관련한 의사 번복이 보험권 전체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를 키운 만큼 보험사 스스로 나서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이를 불식하는 것만큼 더 좋은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증권 중 내년 중으로 조기상환이 예정된 규모는 3조 원이 넘는다.

DB생명은 지난 13일 예정된 3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투자자와 합의해 내년 5월로 변경했다. 푸본현대생명(신종자본증권 400억 원)과 롯데손해보험[000400](후순위채 900억 원)은 이달 콜옵션 만기가 도래한다. 이들은 예정대로 콜옵션을 이행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한화생명을 비롯해 신한라이프(후순위채 2천억 원), 메리츠화재[000060](후순위채 1천억 원), KDB생명(신종자본증권 2억 달러), DB생명(후순위채 800억 원), 롯데손해보험(후순위채 600억 원), 푸본현대생명(신종자본증권 600억 원), DGB생명(후순위채 500억 원) 등이 예정돼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은행계 보험사의 경우 지주가 전량 인수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사마다 상황이 다르다"며 "다만 흥국생명 사태가 워낙 시장에 미친 영향이 컸던 만큼 조기상환을 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 절차상 관례처럼 여겨지던 자본증권 IR 강도도 예전보다 훨씬 세졌다"고 귀띔했다.

한편 금감원은 조기 상환 일정에 맞춰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를 비롯해 전 금융사의 발행, 조달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개별사의 선택이 나비효과가 될 수 있는 만큼 지금은 시장 안정이 최우선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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