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돈은 있지만, 돈을 쓸 수 없다"
자금시장 불안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계열사 유동성 활용 방안에 대한 농협금융지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농협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27.49%로 집계됐다.

주요 시중은행인 신한은행 94.1%, 국민은행 92.82%, 하나은행 100.37%, 우리은행 97.22%와 비교해 높은 수치다.

고유동성 자산이 많은 상황에서도 농협금융이 돈을 쓰기 어려운 것은 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의 자기자본은 27조8천억원으로 신한금융지주(50조8천억원), KB금융지주(49조3천억원)과 비교해 적다.

농협금융은 자기자본이 적다 보니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규모를 크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은행의 산업별 익스포저도 한도치에 도달했고, 이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낮은 곳에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분기 기준 농협금융의 RWA는 175조원이다.

신한금융의 RWA는 301조원, 하나금융은 249조원, 우리금융은 222조원, KB금융은 221조원이다.

최근 금융사들의 유동성 공급 대책과 관련해서도 자본 규모가 넉넉한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LCR과 예대율 규제 등에 영향받지만, 농협금융은 이와 달리 자본 규모에서 이미 걸린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 농협금융이 유동성을 풀어 고금리 회사채를 사들일 경우 국채 및 머니마켓펀드(MMF)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지만, 대출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이기도 하다.

10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농협은행 1.54%, 국민은행 1.21%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11%, 우리은행 1.03% 순이다.

대출금리의 경우 농협은행이 4.82%, 국민은행이 5.36%, 신한은행이 5.26%, 우리은행이 5.23%, 하나은행이 5.18%다.

이에 더해 농협금융은 연말까지 지방자치단체 금고 자금 집행이 이뤄질 것을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해두고 있다.

해당 금고 자금이 집행될 경우 LCR 비율이 90%대 후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

자금은 있으나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는 것이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자산 규모는 다른 시중은행과 비슷하지만, 이익이 덜 나는 이유가 위험가중치가 낮은 곳에 대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다른 금융지주들과는 여건이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부 이수용 기자)
출처: 연합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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