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 전망
[장현경 제작]

(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성장 둔화, 수요 감소, 인플레이션 및 금리 상승 등을 고려할 때 내년 한국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준홍 S&P 아태지역 기업신용평가 이사는 7일 나이스신용평가와 공동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올해 하반기 '부정적' 등급 조정이 '긍정적' 등급 조정을 상회하고 있다"라며 "이는 내년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S&P에 따르면, 국내 100대 상장기업의 에비타(EBITDA, 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차입금 비율은 올해 3분기부터 저하되고 있다.

박 이사는 "국내 100대 상장 기업의 재무지표가 둔화하고 재고 수준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소비자 수요 둔화와 투입비용 증가를 고려할 때, 4분기 영업실적은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지적했다.

수익성과 현금흐름 압박에 크게 노출된 반도체와 한전을 포함한 유틸리티 업종이 가장 취약하다고 짚었다.

박 이사는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 "PC, 스마트폰, 서버 수요 감소로 촉발된 공급과잉 및 평균판매가격 하락으로 메모리 반도체 불황은 내년에도 이어진다"라고 예상했다.

특히, SK하이닉스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박 이사는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와 대규모 설비투자, 재고 부담 확대로 차입금이 크게 증가했다"라며 "설비투자 축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실적 압박이 지속돼 내년 상반기까지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낮춰 평가한 바 있다.

올해 원가 상승으로 빠른 속도로 차입 규모가 커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에 대해서도 경고음을 냈다.

한전은 올해 9월까지 약 22조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작년 말 81조원이었던 차입금은 지난 3분기까지 110조원으로 증가했다. 한국가스공사의 차입금도 같은 기간 26조원에서 35조원으로 늘었다.

S&P는 올해 상반기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체 신용등급을 각각 'bb+'와 'bbb-'로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산업 전반에 걸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

나이스신평은 "지난달 말 기준 '부정적' 전망이 '긍정적' 전망을 상회하고 있다"며 "경기 둔화와 급격한 금리 인상, 부동산 시장 위축 등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가운데 거시변수의 부정적 영향이 심화할 것을 고려하면 내년 산업 전반의 업황과 재무건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나이스신평은 이날 37개 산업에 대한 내년 실적 방향을 전망했다.

올해 대비 실적 저하가 전망되는 업종은 철강, 정유, 자동차, 해상운송, 건설 등 총 16개(43%)다.

나이스신평은 "정유,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글로벌 경쟁제품의 경우 성장률 하락에 따른 글로벌 수요감소의 영향으로 내년 중 실적이 저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 업종은 풍부한 수주잔량을 보유한 조선업과 글로벌 방역조치 완화가 기대되는 호텔업 등 2개(5%) 산업뿐이었다.

내년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신용등급 방향성이 '부정적'인 업종으로는 석유화학업, 건설산업, 디스플레이패널업 등을 꼽았다.

석화 산업에 대해선, "석화는 법용제품을 중심으로 역내 공급 CAPA 증가가 수요 증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라며 "수급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에 대해선, "작년 9월 1만4천호에 그쳤던 미분양물량은 지난 9월 4만2천호에 달했다. 높은 금리로 매수 심리가 저하돼 당분간 분양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며 "건설사의 PF 차입금 차환 및 조달위험이 확대되고 채산성이 약화했다"라고 진단했다.

디스플레이패널업의 경우,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추세에 따른 구매력 감소로 패널 수요가 단기간 내 업황이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바라봤다.

jhpark6@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