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렌식 컨설팅회사 FRA 인터뷰
윤영각 삼정KPMG 전 회장 비롯해 키맨들 합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던 18살 고등학생이 수십 년을 지나 다시 한국을 찾았다. 도이치뱅크 한국법인 대표를 지낸 아버지로부터 그는 금융 전문가가 가져야 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많이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한국과의 조인트벤처 설립을 그는 강력하게 지지했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는 그가 한국을 다시 찾았을 때,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물론 성장통도 있었다. 최근 벌어지는 한국 기업들의 회계 부정, 은행권의 외화 이상 송금 등이 대표적이다.

포렌식리스크얼라이언스(Forensic Risk Alliance·FRA)를 설립한 프란시스 맥러드(Frances McLeod) 파운딩 파트너(Founding Partner)는 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횡령 등의 금융 범죄, 제재 또는 자금세탁 등은 예측과 예방이 가능한 일"이라며 "세계 경제의 큰 족적을 남긴 한국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강력한 수준의 조언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 FRA 창립자 프란시스 "빅4 회계법인 대안 수요 늘어…대체재 될 것"
프란시스 파트너는 글로벌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투자은행 등에서 트레이딩을 비롯해 인수합병(M&A), 기업 분석과 처분 등의 업무를 해온 전문가다. 대학에서는 중국어를, 대학원에서는 동양학을 전공해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그런 그가 아버지를 따라 금융의 길을 걷게 되면서 그는 라자드, HSBC 등의 금융회사에 몸담았다.

FRA의 시작은 프란시스 파트너가 홀로코스트 시절 나치가 스위스 은행들에 만들었던 휴면 계좌들을 전수 조사하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많은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됐고, 향후 다방면의 분야에서 이런 분석 업무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FRA를 설립했다.

프란시스 파트너는 최근 오스템임플란트를 비롯해 우리은행 등 곳곳에서 발생한 회계 부정을 안타까워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지만 기존의 감사 방식으로는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빠르게 발돋움했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횡령과 자금세탁 사건의 어두운 측면이 있었다"며 "부패는 점점 정교해지고, 이는 기존의 회계 감사 방식으로는 감지하기 어렵다. 더욱 발전된 포렌식 위험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FRA는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포렌식 컨설팅 기업이다. 포렌식 회계를 주축으로 전자 증거 개시(e-discovery), 데이터 지배구조 및 컴플라이언스 관련 자문을 제공한다.

지난 20여 년간 FRA는 국제 부패와 제재, 자금세탁(AML) 등을 비롯해 다국적 대기업과 금융기관, 법률 사무소를 위한 다양한 유형의 금융·회계 사기 조사를 담당해왔다. 국내에는 전통적으로 보안을 중시해왔던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부정 혐의를 밝혀낸 주인공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이처럼 이미 내로라하는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함께하고 있는 FRA가 아시아 시장에서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프란시스 파트너는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첨단 산업의 발전, 철강·석유 화학, 그리고 항공 우주·방위 산업의 지속적인 강세는 한국 기업이 점점 더 국제 규제 표준에 노출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지금이야말로 한국에 법인을 설립해 우리의 서비스와 같은 선진국 수준의 서비스를 받아들일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FRA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프란시스 파트너는 "해외에서 이른바 '빅4' 회계법인에 대한 대안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봤다"며 "이해 충돌에 대한 걱정 없이 고품질의 독립적인 포렌식 회계 자문을 한국 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 FRA는 한국의 4대 회계법인을 대체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자부했다.

FRA 설립자 프란시스 맥러드(Frances McLeod) 파운딩 파트너


◇FRA에 둥지 튼 삼정KPMG 키맨들…윤영각·김의성·장혜실
현재 미국 등 10여 개의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FRA가 한국에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데는 윤영각 삼정KPMG 전 회장의 도움이 컸다.

국내 회계·컨설팅 업계의 대부로 현재 파빌리온 인베스트먼트 그룹을 이끌고 이는 윤 회장은 수석 고문을 맡아 향후 FRA 한국법인의 전략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FRA 한국법인에는 삼정KPMG 출신 키맨들도 합류했다.

한국법인을 이끌 김의성 대표이사는 삼정KPMG에서 14년 동안 근무하며 최고 정보 책임자(CIO) 및 세무 기술을 이끄는 파트너로 활동했다. 이후 소프트웨어 기업 매직소프트(Magic soft)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어 IT 전반에 강점이 있다. 장혜실 부대표는 삼정KPMG에서 11년간 회계 감사업무를 경험한 이후 6년간 대검찰청 반부패부에서 국내 다수기업의 경제범죄를 수사한 수사관 출신이다.
김 대표는 "올해 초 두바이에 사무실을 설립한 FRA가 한국 법인 설립까지 나선 것은 회사의 국제적인 확장과 다양화 전략의 일부다.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기업을 커버하는 거점지역이 될 것"이라며 "국내에 있는 우리 스텝들은 미국과 유럽에 수시로 파견해 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워 다국적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FRA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이 시행되며 한국이 더 큰 시장이 됐다고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감법상 기업의 감사위원회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실을 통지를 받는 즉시 이를 조사할 외부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 하지만 위반 사건을 조사할 전문가를 회계법인으로 선정할 경우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장 부대표는 "2017년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회계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외감법이 탄생했다. 기소가 가능한 수준까지 조사해야 하는데 기존 빅4 회계법인과 로펌들이 앞으로도 이를 대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수사 기관의 수사 결과가 신뢰를 얻으려면 독립성이 필수인 것처럼, 민간의 수사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포렌식 컨설팅 법인도 그 독립성을 필수적인 요소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횡령 사건의 범죄 기간이 평균 5년으로 부정 사건이 여러 해에 걸쳐 일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재 감사인만 아니면 독립성에 문제가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며 "결국 회계감사와는 결을 달리해 순수하게 포렌식 분야에만 집중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사 법인이 그 독립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FRA는 20년 넘게 숱한 부정사건 케이스를 경험하면서 횡령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가지 패턴의 회계 처리와 의심스러운 자금 거래를 찾아내 왔다"며 "사전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자금담당이나 핵심 기술자에 대한 내부감사 과정에도 전수조사가 기본인 포렌식 기법을 활용한다면 적발뿐만 아니라 충분한 예방의 효과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FRA 한국법인 장혜실 부대표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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