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 수익률곡선(커브)의 역전 심화로 경기 침체 공포가 확대되면서 채권과 주식, 원자재의 거래 패턴이 뒤바뀔 것이란 진단이 제기된다.

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두 달 만에 가장 긴 약세 장세를 보이며 2.7% 하락했고,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같은 기간 25bp가량 떨어졌다.

올해 대부분 기간 국채 금리가 하락할 경우 기업의 차입 비용 감소로 주목받으며 주식의 가치를 끌어올렸었다. 내년도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다소 누그러졌음에도 주식시장은 놀라운 강세 흐름을 유지해왔다.

증시는 이런 관점을 완전히 전환하지 않았음에도 국채 커브의 역전이 심화하며 자산 간 거래 역동성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채권시장이 장기 금리의 하락과 함께 커브 역전폭을 키우며 내년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강력하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BNY멜론의 제이크 졸리 수석 전략가는 "경기 침체에 대한 전망이 당연히 확고해지고 있다"며 "증시는 지난 한 달간의 상승세 이후 침체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월가에는 채권시장이 미국 경제의 전망에 더욱더 믿을만한 지침이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주식과 채권이 경제에 대한 의견이 다를 때 투자자는 채권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을 따라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라자드 자산운용의 론 템플 주식 헤드는 "만약 당신이 내년 S&P 500 전망치를 3,930선으로 본다면, 사실상 내년에 실적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그러나 침체기에는 일반적으로 실적이 10~15% 감소한다"고 풀이했다.

S&P 500은 지난밤 3,933선에서 거래됐다.

채권 커브 역전과 경기 침체 공포에 반응하는 것은 원자재시장도 마찬가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번 주에만 10% 넘게 급락하며 배럴당 71.46달러선까지 내려왔다. 구리 가격은 이번 주 다소 올랐지만, 올해 들어서는 여전히 13% 이상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됐다.

씨테라 엔베스트먼트의 진 골드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켓워치를 통해 "경기 침체가 모든 것을 짓누르고 있다"며 "구리 가격이 하락하고, 유가도 재고량 부족에도 떨어지며, 중국의 국경은 다시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선물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가 내년 3월이나 5월 4.75%와 5.25% 사이에서 고점을 찍고 연말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으로 반영했다.

템플 헤드는 이와 관련, "시장이 내년 중반 이전에 급격한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라며 "만약 이렇게 된다면 주식은 더 큰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10년물과 2년물 금리 격차 추이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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