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올 한해 보험사들은 금리와의 전쟁을 이어갔다.

은행을 향한 머니무브 흐름 속에 유동성 위기가 대두된 보험사들은 6%에 육박하는 저축보험을 출시하기에 이르렀고, 자동차보험은 예상과 달리 안정된 손해율 탓에 실적 호재가 됐지만, 보험료 인하 압박을 마주하게 됐다.

◇ 유동성과 역마진 사이…고금리 저축보험 완판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최근 선보인 만기 5년 확정 저축보험을 출시한 지 하루 만에 수천억 원의 판매 목표를 달성했다. 5.95%의 확정금리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서다. 이는 현재 보험사가 출시한 저축보험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다.

최근 교보생명도 5.8%의 저축성보험을 선보였다. 한화생명과 ABL생명, IBK연금보험도 5%대 저축성보험을 내놨다. 이들 상품은 내놓는 족족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했다.

이에 최근 한 보험사는 7%대 저축성 보험 출시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갈수록 치솟는 생명보험사의 저축성보험에 제동을 걸며 실제 상품 출시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저축성보험의 적용 이율이 미래의 2차 역마진을 초래해 보험사의 건전성에 독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금융감독원은 국내에서 영업을 영위하는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확정 금리형 저축성 보험 판매 과정의 유의사항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최근 생보사가 출시한 고금리 저축성 보험의 보험요율 산출 과정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주문했다. 보험요율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해칠 정도로 낮지 않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최근 시장금리 상승과 맞물려 일부 생보사의 확정금리형 저축성 보험의 적용 이율이 높아지는 데 주목했다. 향후 시장 금리가 하락할 경우 과거에 높게 책정된 고금리가 보험사의 2차 역마진을 야기할 수 있다.

그간 생보업계는 과거 고금리 시절 판매한 고정금리형 저축성 보험의 부채 부담금리가 이차 역마진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동양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을 시작으로 4%대였던 저축성보험 금리가 6%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자산운용 이익률이 3%대임으로 고려하면 금리 책정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게 사실"이라며 "올해는 대외 환경상 방카 상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한해"라고 귀띔했다.

◇ 車 보험료 2%대 일제히 인하…실손보험료는 9% 인상

최근 삼성화재[000810]를 비롯해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은 내년 개인용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하율을 2.0%로 확정했다.

특히 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킨 메리츠화재는 2.5%를 낮추기로 했고, 롯데손해보험은 2.9%에 달하는 보험료 인하를 결정해 이목을 끌었다. 고물가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올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예상과 달리 안정세를 이어갔다. 거리두기 종료로 교통량이 늘어나고 보험원가가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졌음에도, 손해율만큼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삼성화재를 비롯한 주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평균 누적 손해율은 79.6%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9.9%)과 비교하면 0.3%P 하락한 수치다.

이로써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자동차 보험 인하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에는 1.2~1.3% 수준에서 인하가 단행됐다. 거리두기에 따른 교통량 감소와 법규 강화로 인한 사고 감소로 손해율이 개선된 점을 반영해서다.

자동차 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다. 이에 정부와 여권은 고물가 시대에 손보업계도 민생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거듭 손보사를 압박해 왔다.

대신 실손보험료는 평균 8.9% 인상하기로 했다. 1세대는 평균 6%, 2세대는 평균 9%대의 인상률이 산출됐다. 3세대는 평균 14%, 4세대는 동결이다.

업계에선 자동차보험을 내주고 실손보험을 얻었다는 반응이다.

자동차 보험료 인하 폭이 예상보다 크지만, 그동안 동결됐던 3세대 실손보험료가 두 자릿수 대 인상에 성공해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백내장 등 도덕적 해이 항목에 대한 손해액 통제도 진행되고 있어 내년에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더라도 위험 손해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커 결과적으로 이익 증가가 가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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