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기업공개(IPO) 시장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역대 공모주 일반 청약 규모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부분의 빅딜이 공모 철회를 택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인한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공모 규모는 최근 5년 중 최악에 가깝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크게 시장 상황이 반전되기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 주관 업무를 맡는 ECM 부서는 '솔루션 제공'이라는 키워드로 전열 재정비에 한창이다.


◇KB증권, 기업 분석가 유승창 상무 ECM본부장 선임…내실 다지기 집중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합인포맥스의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 IPO 주관 부문 1위에 오른 KB증권은 지난달 ECM 본부의 수장을 새로 선임했다.

ECM 본부나 유관 IB부서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인물이 아닌, 10년 넘게 KB증권의 리서치센터에서 기업 분석을 맡아온 유승창 상무가 IPO 주관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기존에 ECM 본부와 그 상위조직인 IB1 총괄본부 두 곳의 리더를 겸임해 온 심재송 총괄본부장은 앞으로 IB1 총괄본부를 이끄는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다.

시장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승창 상무가 오랜 기간 닦아온 기업 분석력을 바탕으로 발행 회사와 투자자 간 눈높이 차이를 조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공모를 철회한 상당수의 기업은 시장이 급변한 상황에서 낮아진 기업가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IPO를 강행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바 있어, 딜의 성사를 위해서는 투자자와 발행 회사 간의 유연한 소통을 도울 주관사의 능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2019년 심재송 IB1총괄본부장이 ECM본부의 수장을 맡았던 당시 심 본부장의 커버리지와 네트워킹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되짚어보면, KB증권은 올해 영업보다는 고객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창 본부장 역시 향후 본부 운영에 있어 발행회사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좀 더 정확한 밸류에이션으로 투자자와 기업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회사에서 ECM본부장 자리를 준 것에 대해 단순히 많은 딜을 따오는 데 집중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궁극적으로는 영업이 가장 중요하지만 접근법에 있어 좀 더 내실을 다지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황이 녹록지 않으니 빅 이벤트보다는 기업분석을 오래한 만큼 그 역량을 살려 기업의 펀더멘탈을 기본으로 내실 있는 성장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 IPO솔루션팀 역량 강화…탄탄한 투자자 네트워크로 IPO 완주 돕는다

2021년 IPO 주관 부문에서 1위에 올랐던 미래에셋도 지난해 초 조직 구성이 완료된 'IPO솔루션팀'의 강점을 살려 올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발행 회사가 IPO를 완주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IPO솔루션팀은 자기자본투자(PI)와 신디케이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미래에셋증권이 IPO 주관사를 맡은 발행회사에 대해 대형 기관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하고, 가격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팀 신설 전에는 IPO 본부 내 팀별로 투자자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하면서 주관 업무와 연결해 딜의 진행을 이끌어왔으나, 체계적으로 투자자 풀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 조직이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초 초대 팀장인 김형석 이사를 필두로 조직 구성을 마친 IPO솔루션팀은 지난해 SK쉴더스·원스토어·현대엔지니어링 등 대규모 딜이 모두 무산된 상황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의 상장을 도와 증시 입성을 성공시켰다.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빅딜이 전무한데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서 비교군이 될 수 있는 성장업종, IT기업의 주가가 큰 폭 내려앉은 상황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이끌어내 결국 공모 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공모 규모가 1천억원 이상인 중대형급 딜의 성패가 갈리는 해외투자자 유치에도 IPO솔루션팀의 노력이 돋보였다.

윤성에프앤씨 역시 IPO 시장에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던 지난해 11월 증시 입성에 성공했는데, 당시 미래에셋의 홍콩법인과 IPO솔루션팀의 공조로 GIC 등 해외 유력 연기금의 투자를 끌어낸 바 있다.

ECM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가 지나며 IPO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는 점차 회복되겠지만 문제는 발행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투자자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을 통해 발행회사를 설득한 뒤 기관과의 네트워킹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으기까지 분주히 뛰어다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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