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역사상 최대 규모…최초의 블루본드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한국수출입은행이 새해 첫 공모 한국물(Korean Paper) 발행 '대흥행'을 기록했다.

수은 역사상 최대 규모인 3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SEC Registered) 발행을 확정해 흥국생명 사태와 원화 채권시장 불안에 따른 우려를 종식했다. 수은이 제시한 '이정표'에 따라 연초 한국물 발행을 앞둔 기업들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은 역사상 최대 규모…IMF 정부 외평채 40억 불 근접

5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한국수출입은행(Aa2, AA, AA-)은 새해 첫 글로벌 본드 프라이싱(pricing)을 마치며 3년물, 5년물, 10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에 각각 10억 달러, 15억 달러, 10억 달러를 배정했다.

이로써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초 30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 발행 기록을 스스로 경신해 한국물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최대 규모의 한국물 발행 기록은 정부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환율 안정을 위해 조달한 4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발행에서 특히 조달 규모에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흥국생명 콜옵션 미상환 사태와 국내 채권시장의 불안에 따라 한국물을 향한 글로벌 투자자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 공모 달러채 기준으로 한국물 발행은 지난해 10월 KDB산업은행의 리 오픈(추가 발행)을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며 개점 휴업 상태가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번 조달로 한국물을 향한 투자자의 우려 섞인 시선을 한꺼번에 종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 증권사 IB 관계자는 "시장이 많이 흔들린 상황에서 충분한 규모로 발행을 끝내 한국물을 향한 투자 심리가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했다"며 "흥국생명 사태를 비롯해 한국물을 향한 여러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측면에서도 조달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북빌딩(수요예측) 과정에서 상당량의 주문이 빠른 속도로 쌓이면서 당초 수출입은행이 제시한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에서 35bp 축소한 금리대가 형성됐다.

3년물은 동일 만기 미 국채 대비 85bp, 5년물은 미 국채 대비 120bp, 10년물은 145bp를 가산한 수준이다.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은 각각 0, 5, 10bp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연초 자금이 많기도 했고, 수출입은행이라는 이름과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 넉넉한 IPG가 나간 것도 주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초의 블루본드

수출입은행이 국내 최초로 블루본드 발행에 나선 점도 주효했다. 블루본드는 해양 경제의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발행되는 특수목적채권으로, 친환경 연료로 운행하는 선박 등의 대출자산에 매칭할 때 발행이 가능하다.

수출입은행은 수요 확보가 비교적 어려운 10년물에 블루본드 물량을 배정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IB 관계자는 "그린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자들은 그린본드의 일종인 블루본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블루본드라는 이유만으로 딜이 잘 된 건 아니지만 도움이 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수은 이정표…글로벌 투자자 '상투'

수출입은행이 한국물 시장의 분위기를 탄탄하게 다지면서 향후 조달을 앞둔 발행사들은 비교적 원활히 시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은행이 한국물을 향한 글로벌 투자자의 우려를 씻어냈을 뿐만 아니라 연초 비교적 풍부한 유동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한국물 시장에선 SK하이닉스(Baa2), 한국주택금융공사(유로화 커버드본드, Aaa), 우리은행(Aa3), 현대캐피탈(Baa1) 등이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B 증권사 IB 관계자는 "달러채가 세계적으로 20개 이상 나오는 유동성 장세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이라는 우량 발행사가 첫 발행에 나선 것이기 때문에 잘 될 수 있었다"며 "금리대가 매력적인 상황이어서 올 상반기 글로벌 채권시장에선 '상투'를 잡으려는 투심이 지배적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의 주관사단은 호주뉴질랜드은행(ANZ)과 BNP파리바, BoA메릴린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HSBC, 모건스탠리, KB증권이 맡았다.

한국수출입은행
[촬영 이충원]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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