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과 전통자산 본질 같아…돈 번 다는 것"
"증권업계, 가이드라인에 기대면 도태될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출발은 채권 애널리스트였다. 증권사와 보험사에서 채권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이후 다년간 포트폴리오 운용, 대체투자자산 투자심사업무를 하면서 전통 자산을 익혔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상자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담긴 비전에 공감해 크립토 애널리스트가 됐다.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디지털 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진다고 예상한 신한투자증권은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에 폭넓은 이해가 강점인 이세일 애널리스트를 영입했다. 선제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몇 안 되는 증권사 중 하나인 신한투자증권과 그의 만남은 눈길을 끌었다.

이세일 부장은 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증권사들이 대거 가상자산에 진출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대신 디지털자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생존이 어려워진다는 걸 증권업계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소규모로 업무를 수행하는 애자일(Agile) 조직을 십분 활용해 외부 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해왔다. 그가 이끄는 블록체인부서 인원은 8명으로, 사업 기획자와 개발자 비중이 각각 절반을 이루고 있어 상황에 맞는 개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전통 자산과 가상자산의 경계는 희미해질 것"이라면서 "디지털화라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둘 사이를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의 증권형토큰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경우 진입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거기까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증권사들의 가상자산업계 진출은 필연적인데,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그는 경고했다.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부장
출처: 신한투자증권



이세일 부장은 자산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가상자산과 전통자산의 본질이 같다고 봤다. 자산으로 '돈을 번다'는 투자자 니즈가 동일한 이상 달리 볼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가상자산은 '디지털화'된 전통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세일 부장은 "세상이 디지털로 변하고 있는데, 증권 체계 역시 디지털화가 돼야 두 요소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며 "전통 망 자체가 디지털화됐기 때문에 우리도 당연히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로 증권업계에 발을 디딘 이세일 부장은 대체투자 심사역, 크립토 애널리스트 등을 지냈다. 전통금융권에 몸담았던 그였으나, 블록체인 기술에 담긴 비전에 공감해 가상자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세일 부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부의 불평등은 항상 존재해왔다"며 "블록체인으로 불평등을 완전하게 해소할 순 없지만, 적어도 약속된 법칙 아래 경쟁할 수 있는 그리고 소수의 힘으로 규칙을 바꿀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현재 증권사들이 눈여겨보는 가상자산은 증권형토큰이다.

2017년 금융당국이 전통금융권의 가상통화 보유 및 매입 등을 전면 금지하면서 증권사들은 가상자산업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비증권형토큰을 다루면서 증권사와의 기술 격차를 크게 벌렸다.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둔 증권형토큰은 다르다. 증권업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가상자산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증권사가 접근하기 용이한 자산이자 사업인 셈이다.

이세일 부장은 "유동성이 떨어져 부동산을 증권형태로 바꾼 리츠(REITs)와, 펀드 거래 활성화를 위해 상장 형식으로 바꾼 상장지수증권(ETF)처럼 증권이 디지털화된 게 증권형토큰"이라면서 "증권형토큰으로 디지털자산 수탁과 같은 기본적인 경쟁력부터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위믹스 사태 등이 발발하면서 가상자산업계 내 증권사의 의미를 재발견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세일 부장은 "고객 예탁금을 사적으로 유용한다던가, 코인 유통량을 허위 공시하는 건 전통금융업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전통금융권은 이미 수십 년간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높은 수준의 컴플라이언스와 리스크 관리를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업계가 증권형토큰 가이드라인 발표에만 기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JP모건 등은 이미 관련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며 "중개 기관이 블록체인에 투자한다는 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지만, 준비조차 하지 않는다면 경쟁조차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전통금융권의 가상자산 진입을 차츰 허용해 '줄탁동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세일 부장은 "가이드라인 등 제도가 나오면서 판이 깔리기 시작했다"며 "판을 깔아주면 사업자들이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제도 역시 전향적으로 바뀐다면 산업 발전 역시 가속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부서
출처: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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