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지난 수 년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일본의 통화정책을 무시해왔지만, 그런 시기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마켓워치는 17일(현지시간) "일본은행(BOJ)이 오랜 정책을 포기하면 저축에 집착하는 일본 투자자들이 외국 자산을 대거 매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데 따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와 장기 국채 금리를 0%에 가깝게 유지하는 오랜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경우 일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국 자산의 수익률 매력이 높아져 해외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게 마켓워치의 설명이다.

리서치 기관 퀀트인사이트의 휴 로버츠 리서치 헤드는 "일본의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이고, 장기 채권 금리가 0%에 가까울 때는 일본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평가했다.

그는 "BOJ가 정책을 되돌리는 속도에 따라 그것은 느린 연소나 빅뱅 이벤트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최종 결론은 동일할 것"이라며 "일본에서 빠져나오는 자금이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그것은 정말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BOJ는 지난해 12월 수익률곡선통제(YCC)를 통한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상한선을 기존 보다 확대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이런 조치가 긴축정책의 전조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시장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켓워치는 "초완화 정책을 유지한 마지막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이 광범위한 긴축으로 돌아서는 것을 잠재적으로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BOJ가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마지막 남은 저금리의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려는데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는 셈이다.

당장 이번 주 BOJ의 정책 결정 내용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일부 월가 전문가들은 은행이 YCC 정책을 완전히 폐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BOJ가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시장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BOJ는 지난 12일과 13일 각각 잔존 만기 1~25년 일본 국채를 4조6천억 엔과 1조8천억 엔 사들였다. 하루 4조6천억 엔은 일본은행 역사상 중앙은행의 최대 매입 규모였다.

지난 12월 정책 수정에 따라 일본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고, 이런 시장 반응에 BOJ가 재차 국채 매입으로 대응한 셈이다.

에버코어ISI는 "(지난 12월) 한 차례 정책 변화를 가져가 YCC 정책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고 구로다 총재가 물러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 BOJ의 계획이었던 게 거의 분명하다"며 "문제는 시장의 격렬한 반응에 비춰볼 때 원래 계획을 고수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기관은 "YCC 정책을 추가로 완화하거나 심지어 완전 폐기로 갈 경우 일본 국채 금리는 다시 튀면서 일본 주식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버츠 헤드는 "세계 투자자는 일본은행(BOJ) 정책 결정에 따른 단기적인 시장 반응을 넘어서서 BOJ의 영향을 폭넓게 인식해야 한다"며 "BOJ가 극단적인 완화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은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일본 매수 세력을 제거하는 구조적인 역학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영향은 외환시장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외환 옵션 시장 트레이더들은 BOJ의 이번주 회의 이후 달러-엔의 급변동을 예상하고 있다.

뉴욕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로렌 굿윈 전략가는 "작년 영국 국채시장의 혼란과 이번 일본 금융시장 사이에는 섬뜩한 유사점이 있다"고 해석했다.

작년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파생상품 전략에 주로 의존했던 다수의 연기금이 파산 직전까지 몰렸는데, 중앙은행이 긴급 채권 매입에 나서며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굿윈 전략가는 "수년간 저금리 때문에 보험사는 미래의 부채 만기를 자산과 일치시키기 어려웠고, 그런 이유로 일본계 보험사는 금리 위험 헤지 수단으로 파생상품을 운용해왔다"고 전했다.

이어서 "일본 국채시장은 영국 길트보다 5배나 큰데, 일본의 인구 감소는 향후 보험금 지급 필요성을 키워 보험사는 위험한 수익 창출 전략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이는 일본 시장의 취약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일본은행(BOJ)


ywk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4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