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차기 일본은행(BOJ) 총재로 경제학자이자 전 BOJ 심의위원 출신인 우에다 가즈오가 지명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관련 여파를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14일 주요 외신과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 후보자는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완만하게 출구 전략을 모색할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금융시장에서도 BOJ의 정책 기조 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우에다 총재 후보자가 정식 총재로 취임할 경우 BOJ가 수익률곡선 통제(YCC) 정책을 빠르게 조정할 것이란 기대 속에서 엔화가 가장 먼저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에다를 새 총재로 지명하면서 달러-엔 환율은 순식간에 전장 대비 1% 넘게 급락하며 130엔 아래로 레벨을 낮추기도 했다.

다만, 우에다 후보가 총재 지명 직후 기자들에게 "금융완화를 당분간 계속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한 데다 생각보다 매파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시장 분석이 나오면서 달러-엔 환율은 다시 132엔대로 상승했다.

올해 달러-엔 일별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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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문회 전까지 '제한된 엔화 강세' 가능성

우에다 후보가 차기 BOJ 총재로 정식 임명되기 전까지는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며 엔화가 강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오는 24일 혹은 27일 열리는 국회 청문회나 정식 임명 이후 우에다 후보가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시작하면 엔화 방향성도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MUFG는 고객 노트에서 우에다 후보의 지명이 엔화 수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데릭 할페니 MUFG 리서치 책임자는 "우에다 후보는 이전의 지명 가능성이 있었던 다른 후보자들보다 확실히 아베노믹스와 거리가 멀다"며 "지난 10일 엔화 강세는 우에다가 YCC에서 빨리 탈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커진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은 어찌 됐건 일본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며 우리는 엔화 강세를 전망한다"며 "올해 YCC가 끝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의 기대만으로 엔화 강세에 베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가운데 우에다 후보자가 시장 기대만큼 매파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우에다 후보자가 BOJ 심의위원으로 일하던 2000년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지난해 말에는 BOJ의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며 "지명 후에도 당분간 완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그가 BOJ의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언급한 적도 있는 만큼 시장은 그가 대체로 균형 잡힌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엔화


◇美 긴축 장기화는 엔화 강세 제한 재료

그러나 전문가들은 BOJ 총재가 통화정책 전환에 대해 강력하게 자신의 주장을 하지 않는 한 미국 통화정책이 엔화에 더 중요한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고용지표 강세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 속에 달러화는 지속적인 강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루이 딩 애널리스트는 "우에다 후보가 매파적이기보다 다소 온건한 후보에 가깝다는 인식에 달러-엔 환율이 133엔대 저항선을 시험하고 있다"며 "다만, YCC에 대한 완화가 진행 중인 만큼 달러-엔 상승세는 제한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특히 이번 주 예정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따라 달러화가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도 엔화 강세를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미국의 CPI가 전년 대비 6.2% 상승하며 지난해 12월보다 상승 폭이 둔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예상보다 더 뜨거운 물가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월 CPI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달러화에도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달러-엔 환율의 가장 큰 동인은 BOJ 정책 기대보다는 미국의 실질금리"라며 "미 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에서 엔화는 미국 주식이 약세를 보일 때도 강해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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