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새로운 총재를 맞는 일본은행(BOJ)이 현재의 금융완화 정책에서 점진적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지만, 시장에서는 BOJ가 결국 금리 정상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의 막대한 국가부채와 급격한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혼란 등은 BOJ의 금리 정상화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출구전략 모색 불가피…"시기는 지표 의존적일 것"

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우에다 가즈오 전 BOJ 정책위원을 BOJ 총재로 지명하는 인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우에다 총재 취임 이후 BOJ가 금융완화 정책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 인플레이션이 40년래 최고치인 4%대까지 올랐고, BOJ의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이 국채 시장에 왜곡을 일으키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장기금리도 이미 BOJ가 정책 수정에 나설 것이란 시장 기대를 반영해 오르고 있다.

단, 출구 전략에 나서는 시점은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에다 총재는 매파나 비둘기 등 특정 계파로 분류되지 않는 중립적 인물로, 경제적 모델과 사실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물로 알려졌다.

또 신중한 스타일로, 임기 초부터 정책적 변화를 주려고 하기보다 임금과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오르는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찰한 후에 통화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MUFG 등 시장에서는 BOJ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통화정책 수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1999년 포워드 가이던스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BOJ에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을 제안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그가 새로운 제도 도입에도 적극적인 인물인 만큼 이번 BOJ 총재 임기 중에도 새로운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를 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BOJ의 금리 정상화의 구체적인 방식 역시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YCC 정책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어 시장에서는 결국 폐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YCC 정책은 현재 BOJ 통화정책의 핵심으로, 2016년 9월 도입됐다.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하한선을 설정하고, 이 범위를 넘어서는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 정책은 BOJ가 그해 1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당시만 해도 10년물 금리가 0%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올해 들어 10년물 국채 금리가 8년물 9년물보다 더 낮게 움직이는 등의 금리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JP모건 증권은 후지타 아야코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정상화가 시기의 문제이지, 누구냐의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 막대한 국가채무·시장 혼란…금리 정상화 장애물 산적

다만, 시장에서는 BOJ가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일본 정부의 막대한 부채가 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 일본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62.54%로, 미국(123.4%) 등 다른 주요 경제국 대비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54.08%다.

그간 일본은 가파른 고령화로 인해 사회 복지 비용이 증가하고, 둔화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끌어썼다. 이렇게 부채 비율이 높은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 일본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일본의 막대한 부채로 인해 금리가 1~2%만 올라도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일본의 금리가 갑자기 오를 수 있으며, 국가 채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BOJ가 갑작스럽게 통화정책에 변화를 준다면 채권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어 장기적으로 부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결국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재팬 뉴스는 "기시다 총리가 전임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미세한 방향 조정에 나서기를 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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