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회사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서영태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오늘은 어떤 기업 스토리를 준비했나요.

[기자]
예, 우리나라 장관도, 삼성전자 회장도 굳이 유럽으로 날아가 CEO 만나는 회사. 어딘지 궁금하시죠. 이 기업, 중국도 구애합니다. 중국은 기술 대국이라는 야망을 품었죠. 야망이 커서인지 스파이 사건도 터졌는데, 이건 뒤에 다시 이야기할게요.

[앵커]
대체 어떤 기업인지 궁금하네요.

[기자]
바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입니다. 네덜란드 회사에요. 삼성전자도 매달리는 '슈퍼 을'입니다.

이 회사, 5천억 원짜리 장비를 팔아요. 5천억 원, 어마어마한 돈인데요. 서울에서 아파트 500채를 살 수 있습니다. 아파트 중윗값이 10억이니까요.

[앵커]
서울 아파트 500채와 맞먹는 장비로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지 궁금한데요?

[기자]
회사 이름에 답이 있어요. 'ASM Lithography(리소그래피)'를 줄여 ASML입니다. 포토리소그래피에 방점이 찍혔어요. 네덜란드 회사 ASM, 그리고 가전제품 만드는 필립스 아시죠? 이들이 40년 전에 함께 세웠습니다. 포토리소그래피 때문이죠.

[앵커]
포토리소그래피라는 용어는 생소한데요?

[기자]
포토리소그래피는 쉽게 말해 패턴 찍기입니다.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원판에 빛을 쏴서 회로를 찍는 겁니다. 회로가 좁을수록 반도체 성능이 좋아져요.
초미세 회로를 찍으려면 극자외선(EUV)을 다뤄야 해요. 관련 기술, ASML이 최고입니다. 이 회사가 물건을 안 팔면 삼성전자가 최첨단 칩을 만들 수 없는 거죠.

[앵커]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는 중국에도 ASML의 장비가 꼭 필요하겠네요.

[기자]
ASML은 중국의 러브콜도 받죠. 말씀하신 대로 ASML이 물건을 안 팔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안 돼요. 미국이랑 하는 기술전쟁에서 밀린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 점을 파고듭니다. 네덜란드에 "중국이랑 놀지 마"한 거죠. 중국으로 반도체 장비가 들어가는 걸 막은 겁니다.


[앵커]
미국이 강력한 한 수를 뒀네요. 중국과 ASML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중국은 불만을 나타냈죠. 얼마 전에 중국 관료랑 점심을 했는데, "미국이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독립을 부추기는 거다"라고 했습니다. 또 이런 식의 보호주의는 옳지 않다고 했죠.
ASML도 난처하죠. 중국에서 장사하기 어려우니까요. 피터 베닝크 CEO는 불쾌함을 대놓고 내비쳤습니다. 이런 말을 했어요. "중국이 우리 장비를 가질 수 없으면 스스로 개발할 것이다" "시간은 걸릴 텐데 결국은 해낸다" 중국으로의 수출을 막아봤자 알아서 해결할 텐데 판로를 왜 굳이 막냐는 뜻이죠.

[앵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을 영향은요? 둘 다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 공장에 최첨단 장비가 못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

[기자] #자막: 삼성전자 "크리티컬한 영향은 없어"
네, 우리 기업도 다칠까 걱정스러웠어요. 다행히 아직은 뚜렷한 영향이 없다고 해요. 삼성전자 관계자와 만났거든요. "크리티컬한 영향은 없다"라고 해요. 또 "미국과 네덜란드가 협의만 한 것이고, 공식적인, 구체적인 발표가 나와야 대응 계획을 짤 듯하다"라고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아직은 잠자코 지켜봐야 하는 시기 같습니다. 그런데 ASML CEO 말대로 중국이 결국 자체적으로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만들어낼까요? 이 점이 미·중 패권 다툼에서 중요한 포인트 같습니다.


[기자]
단기적으로는 어렵습니다. ASML CEO는 매우 장기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고요.
ASML 관계자도 만났어요. ASML도 특허를 가진 협력사 수백 곳과 같이 일한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부품 떼와서 조립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중국이 ASML 같은 회사 딱 하나 만든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수십 년에 걸쳐 기술 생태계를 키워야 하죠.

[앵커]
그런데 아까 스파이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셨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따라잡을 수 없으면 훔쳐라. 이런 마인드일까요. 얼마 전 ASML 중국 법인에서 직원이 기밀을 빼돌린 게 발각됐습니다. 중국인 남성 직원이 두세 달 동안 데이터를 훔쳤다고 해요. 이 직원이 중국 정부랑 이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고요.
이번 스파이 사건은 미국이 중국을 옥죄는 가운데 터져서 주목받았습니다. 또한 ASML이 중국에서 기술은 도둑맞은 게 처음은 아닙니다. 기술전쟁 시대잖아요. 앞으로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회사에서 스파이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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