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향후 한국은행 통화정책을 결정할 변수 중 하나로 환율이 지목됐다. 국내 경기여건상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으나, 한·미 금리차가 커지면서 원화 변동성이 확대되면 한은이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 있어서다.

시장참가자는 원화 약세가 추가로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시장이 미국 금리전망치 상향조정을 대부분 반영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물가·고용 등 경제지표가 계속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 원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 멈춰선 한은…'금리인상 압박' 직면하나

2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종가 기준 달러-원은 지난 2일 1,220.30원에서 23일 1,297.10원까지 76.8원 상승했다. 달러-원은 지난 22일 1,300원대에서 장을 마쳤으나 하루 만에 다시 1,300원을 밑돌았다.

최근 달러-원이 급등하면서 외환당국의 경계감이 커진 가운데 시장은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경로를 결정할 중요 변수로 환율을 꼽았다. 달러-원이 급등하면 한은이 금리인상 압박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동결은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시간을 두고 추가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는지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종금리 수준을 두고 "한 분은 3.5%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라며 "나머지 다섯 분은 당분간 최저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참가자는 국내 여건상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국내 경기전망이 어두운 탓이다. 전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1.7%에서 1.6%로 하향조정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 중 하나는 '환율' 때문으로 분석됐다. 달러-원이 오르면 금융시장 안정성이 흔들리고 물가도 오를 수 있다. 지난해 10월 달러-원이 치솟았을 때 한은은 빅스텝(50bp 금리인상)을 밟은 바 있다. 전날 이창용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물가경로에 주는 영향은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달러-원, 당분간 박스권…향후 경제지표는 변수"

이 때문에 시장은 향후 국내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하며 달러-원 움직임을 살피는 모습이다. 시장참가자는 달러-원이 당분간 박스권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이 미국 금리전망치 상향조정을 대부분 반영했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종금리 전망치를 두고 시장과 연준 간 갭이 있었는데 최근 그 간극이 좁혀졌다"며 "이 과정에서 달러-원도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리기대치가 상향된 걸 시장이 반영한 만큼 달러-원은 당분간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1,310원을 고점으로 거래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기준금리 예상치가 추가로 상향될 수 있으나 그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이 반영하는 최종금리 5.5%(상단 기준)가 되면 미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다만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일이 이어지면 원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장 이날 장 마감 후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공개된다.

은행 한 딜러는 "올해 초 달러-원이 내려갈 때만 해도 시장은 미국 경제지표가 이렇게까지 전망치를 웃돌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 미국 최종금리 전망치도 상향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달러-원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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