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bp에서 금리 결정 후 추가 청약받아…수요예측 참여한 투자자는 뒷전

 

(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박경은 기자 = GS건설이 조달 금리를 낮추려 회사채 수요예측 관행을 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부채자본시장(DCM)에선 GS건설의 회사채 발행이 편법에 가깝다며 악용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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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1천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22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후 GS건설은 회사채 물량을 2천500억원으로 증액하고, 금리는 개별 민평금리에 +140bp 가산한 수준에서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GS건설이 공시한 내용에 의문을 표했다.

1천억원 규모의 증액이 이뤄졌음에도, 당초 발행 계획했던 1천500억원의 모집 금액을 채운 수준인 +140bp와 발행 금리가 같았기 때문이다.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 십여 년간 지켜져 온 관행상, 발행사가 회사채 물량을 늘릴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에게 증액 물량을 우선 배정하기에 모집금액 수요에 맞춰진 금리보다 증액 이후 발행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IB업계에서는 GS건설이 민평금리에 14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발행 금리를 고정하기 위해 이보다 높은 금리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일부 기관에 증액 발행 물량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일견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공모' 회사채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140bp를 넘어서 수요예측에 참여한 여러 기관은 물량을 받을 기회를 빼앗긴 셈이다.

GS건설이 지난 23일 공시한 증권신고서(발행조건확정)를 보면, 5곳의 기관은 GS건설의 2년 만기 회사채에 대해 개별민평 대비 최대 170bp가 가산된 금리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이들 기관은 모두 GS건설이 제시한 희망금리 내에서 주문을 넣었으며, 총 600억원의 금액을 베팅했다.

발행사가 제시한 희망금리 내에서 각 수요예측 참가자는 회사채의 리스크를 계산해 금리를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기에, 5곳의 기관이 넣은 주문은 모두 '유효수요'로 포함된다.

실제로 GS건설은 공시를 통해 "공모금리 결정 시,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금리로 참여한 물량을 제외한 모든 물량을 유효수요로 정의한다"며 "공모희망금리 상단(개별민평 +170bp) 이자율 이내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모든 물량은 유효수요의 범위"라고 설명한 바 있다.

모집금액을 채운 금리인 140bp보다 30bp가량 높은 170bp까지 유효수요에 포함되는 주문이 들어왔기에, GS건설이 증액 발행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위의 주문들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GS건설은 인수계약서상 조항을 통해 금리 결정에 있어 수요예측 참여자의 주문별로 발행 금리에 반영할 가중치를 달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아두긴 했다.

문제는 그간 회사채 발행을 한 곳 중 증액발행 과정에서 이 조항을 활용해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묶어둔 곳은 없었다는 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이후 적정 금리를 발행사가 주관적으로 결정해 이보다 높은 금리로 베팅한 기관투자자를 배제해 회사채 시장 내 규정과 관행을 어긴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증액 발행을 결정해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다른 발행사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편법'을 이용하려는 발행사가 늘어날 경우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향후 기업들이 GS건설 사례와 같은 방식으로 회사채 발행을 진행해 달라 '몽니'를 부릴까 두렵다"라고 토로했다.

최근 자본시장을 찾은 다른 건설사들은 건설채에 대한 불안한 투자 심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시장 평가에 맞게 높은 금리를 감수했다.

현대건설은 2년물과 3년물로 트렌치를 구성하고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해 총 3천2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최대 3천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었지만, 그럴 경우 고금리가 불가피해 1천700억원까지 증액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최종적으로 2년물 800억원과 3년물 900억원으로 발행 물량이 결정됐으며, 가산금리는 각각 +10bp와 +3bp를 유지했다.

만약 현대건설이 GS건설과 같은 '논리'를 사용했다면, 신고 금액 기준 금리인 +10bp, +3bp 이내에 베팅한 기관투자자들에 연락해 증액에 필요한 1천500억원에 해당하는 추가 주문을 받아내 저금리로 자금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 설명이다.

지난 21일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발생했던 한신공영 역시 제시한 고정 금리밴드 최상단인 9.50%에 회사채를 발행하게 됐다.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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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7시 3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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