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등장한 공기업 상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서울보증보험의 배당성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대어들이 속속 상장을 포기하며 분위기가 냉각되자 13년 만에 등장한 공기업 상장이 흥행하기 위해서는 배당성향을 내세워 투자심리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기대가 커서다.

27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내달 중으로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주관사를 맡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예심 청구를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무엇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에 등장한 공기업 IPO라는 점에서 주관사 내부에선 적잖은 긴장감이 감도는 모양새다. 그간 시장의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공기업 딜이 성공한다면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로서는 대외 신인도를 끌어올릴 절대적인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어서다.

IB업계에선 국내 손해보험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수준임을 고려해 서울보증보험의 기업가치를 최대 3조 원 수준까지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서울보증보험의 총 자산은 9조1천714억 원, 부채는 4조3천816억 원으로 자기자본은 4조7천898억 원이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자기자본은 줄곧 5조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4천161억 원이다. ROA는 5.83%, ROE는 10.80%로 국내 손보사 평균을 웃돈다.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비율 역시 392.24%로 수년째 400% 안팎을 유지 중이다.

우선 정부는 서울보증보험 지분 10%를 상장한 뒤 2~3년에 걸쳐 소수 지분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나 입찰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매각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보증보험의 주주는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3천276만4천453주·93.85%)를 비롯해 총 29곳이다. 이 중 1% 이상의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한 곳은 삼성생명(124만1천352주·3.56%) 정도다.

시장의 예상처럼 서울보증보험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상장하는 지분 10%의 공모 규모는 최대 3천억 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장밋빛 기대일 뿐 얼마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신주 발행 없이 구주 매출로 단순화된 공모 구조가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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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시장에선 서울보증보험의 높은 배당성향을 무기로 보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2021년 배당성향은 무려 50.2%에 달한다. 이는 직전년도(32.0%) 대비 18%포인트(P)나 늘어난 수준이다. 그해 서울보증보험이 주주에게 배당한 현금은 2천291억 원에 달했다. 벌어들인 돈의 절반을 배당으로 쓴 셈이다.

공적자금 회수가 최우선인 공기업으로서는 당연한 결과다.

정부는 현재까지 서울보증보험에 10조2천500억원을 투입해 상환우선주와 배당 등으로 4조3천483억 원을 회수했다. 아직 5조9천17억원이 남았다.

이에 시장에선 서울보증보험이 올해도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처럼 IPO 시장이 냉각된 시점에선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강조하는 게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ING생명 역시 구주매출의 부담을 높은 배당성향을 약속하며 뛰어넘은 전례가 있다"며 "오아시스의 상장 철회 이후 IPO 시장 분위기가 다소 냉랭해졌지만, 그만큼 경기 위축이나 시장 변동성에 대한 부담이 클 땐 배당주에 대한 매력을 부각하는 게 방법"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상장은 민영화를 뜻하지만, 완전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까진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며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것 역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공기업에서 탈피하더라도 서울보증보험이 보험주 톱티어를 유지하기 위해선 높은 배당성향이 필수"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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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7시 4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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