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회사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서영태 기자, 오늘은 어떤 기업 스토리를 준비했나요?
[기자]
네, 예순을 훌쩍 넘은 회사입니다. 전쟁 이후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워졌죠. 국토개발의 밑돌이었고, 주거문화를 선도했습니다. 구름이 보이는 빌딩을 지었고요. 오늘은 바로 롯데건설입니다.


[앵커]
오늘 굳이 롯데건설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최근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가 롯데건설에 관해 썼어요. 자금난·미분양 위기 속 롯데건설을 다뤘는데요. 이 회사가 위기를 잘 헤쳐나갈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숱한 위기를 겪은 롯데건설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려 합니다.


[앵커]
그럼 설립 초기 이야기를 들어야겠네요.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워졌다고요?
[기자]
예, 배경은 한국전쟁 중 폐허가 된 서울입니다. 황해도 출신의 변형권·변세우씨가 평화건업이라는 회사를 세웁니다. 평화를 바라는 사회 분위기가 이름에 들어갔죠. 이 회사가 1959년에 주식회사 형태로 바뀌어요. 이때가 롯데건설의 원년입니다.


[앵커]
창립자가 왜 굳이 건설업을 택했을까요?
[기자]
전후에는 재건해야 하잖아요. 현재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요. 건설업이 잘 될 것으로 본 거죠. 실제로 60년대 들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나오죠. 평화건업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하고요. 그렇게 대형 건설사로 성장합니다.


[앵커]
'승자의 저주'랄까, 잘되던 기업은 꼭 위기를 맞더라고요.
[기자]
예, 위기가 옵니다. 1970년대 중동진출이 독이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도로공사 등 프로젝트 여럿을 수주했다가 위기에 몰려요. 경쟁 때문에 최저가로 수주했고, 더위·폭우에 공사가 어려웠다고 해요. 평화건업은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1978년에 두 차례 부도를 냅니다. 이때 롯데그룹이 나서죠. 1978년에 평화건업을 인수해요.

[앵커]
그룹이 자금난의 건설사를 구했네요. 이번에 롯데그룹이 롯데건설을 지원한 것과 비슷해요.
[기자]
롯데그룹은 건설업에 진출한 상태였어요. 호텔롯데를 짓고 있었는데, 평화건업이 기초 공사를 맡아 인연을 맺었습니다. 사실 평화건업 인수에는 정부 입김 있었다고 해요. 평화건업 부도로 해외건설업계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롯데에 인수를 권했다고 합니다. 때마침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도 건설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었고요.

[앵커]
롯데그룹 신격호 명예회장이 구원투수였네요. 신격호 명예회장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건설을 주도한 스토리가 유명하잖아요.
[기자]
예,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롯데월드가 지어졌죠. 세계 최대의 실내 테마파크였어요. 롯데그룹이 일본에서 시작된 만큼 롯데건설이 일본 건설시장을 공략하기도 했어요. 한국 업체 중 일본 시장에서 잘 나갔다고 합니다. 1997년에 일본에서 월드컵경기장도 수주합니다.


[앵커]
그런데 1997년은 우리나라에 외환위기 한파가 불던 시점인데요. 당시 건설업계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기자]
네,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옵니다. 아파트시장을 이끌던 건설사의 부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하잖아요. 정부가 1999년에 분양가 자율화 조치를 합니다. 더는 분양가와 원가가 연동하지 않으니 고급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됩니다. 롯데건설은 호텔을 지어봤잖아요. 그 노하우로 '호텔 같은 아파트' 롯데캐슬을 선보입니다. 그 이후로 고급 아파트 브랜드의 시대가 열리죠.

[앵커]
70년대에 중동위기, 90년대엔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2008년엔 금융위기가 터졌잖아요.
[기자]
미국발 금융위기가 건설업계를 강타했죠. 당시 롯데건설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해요. 정부도 부양책을 내놓죠. 그래도 미분양 아파트 해소가 어려웠습니다. 롯데건설은 비상 경영을 하죠. 연봉 일부 반납·저성과자 퇴출 등 극약처방을 합니다. 차츰차츰 경영실적을 개선해나갔죠.

[앵커]
그러다 결국엔 롯데월드타워라는 기념비적 사업을 해내죠?
[기자]
금융위기 후폭풍을 극복해나가던 롯데건설. 2017년에 롯데월드타워를 오픈합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30년 전에 구상했던 거예요. 신격호 명예회장은 "언제까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남대문이나 경복궁 같은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다"면서 "세계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외국인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구름마저 내다보인다는 555m, 초고층 빌딩이 서울 한복판에 세워졌죠. 롯데월드타워에 들어간 철골을 쓰면 에펠탑 7개를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대단한 빌딩이죠. 그런데 마천루의 저주라고 들어보셨나요?

[앵커]
마천루의 저주요?
[기자]
초고층 건물을 지은 나라는 경제위기를 겪는다는 가설이에요.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롯데건설을 비롯한 건설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죠.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시장이 심상치 않죠. 롯데건설의 유동성 대응능력과 관련해 시장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금난에 처한 롯데건설은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았고요. 메리츠금융그룹과도 대규모 협약을 맺어 숨통을 텄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건설이 작년 4분기 이후 3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며, 단기적으로 유동성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의 미분양인데요.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분양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잖아요. 이러한 가운데 롯데건설이 부진한 분양실적을 기록할 수 있고, 회사에 자금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국신용평가의 분석입니다. 다행히도 롯데건설이 분양시장 한파를 뚫어냈다는 소식이 최근에 들렸어요. 롯데건설이 경남 창원에서 분양하는 롯데캐슬 포레스트를 완판했다는 뉴스입니다. 미분양 리스크가 롯데건설을 피 말리게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난 60여 년간 숱한 위기를 헤쳐온 롯데건설이 이번 위기도 극복해내길 기대합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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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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