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계 은행 BNY멜론이 한국의 글로벌 자금 유출을 경고하고 나섰다.

BNY멜론 보고서 제목 및 내용 일부

BNY멜론은 2일 한국의 자금 이탈과 관련한 개별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주요국의 금리 격차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거론하며 자금 이탈 가능성을 거론했다. 주요 외국계 은행이 한국의 자금 이탈을 주제로 별도의 보고서를 내놓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BNY멜론은 "미국과 유로존의 기준금리가 재조정되는 가운데 한국 경기 성장의 하방 위험은 늘어나고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단기적으로 한국 자산 가격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총평했다.

◇ 반도체 부진에 흔들리는 韓 경제

먼저 한국의 부진한 경기 흐름이 언급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제조업 업황이 63으로, 지난 2020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비제조업 업황 역시 거의 개선되지 않으며 바닥 수준인 73에 머물렀다.

동시에 2월 소비자 신뢰 지수는 90.2로, 팬데믹이 한창인 지난 2020년의 평균치(88.3)와 큰 차이가 없었고 지난 2021년(103)과 2022(96)년 수준은 크게 밑돌았다. 1월 소매 판매는 증가율이 지난 2020년 5월 이후 가장 저조했고, 2월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은은 최근 발표를 통해 기존의 올해 GDP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BNY멜론은 "이렇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 논의한 이후로 거시 지표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은 "한국 경기의 회복은 중국 경기와 정보통신(IT) 산업에 달려있는데, 중국 경기의 반등과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해외 관광 활성화에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 부문의 압박은 한국의 2월 반도체 수출 실적(전년 대비 -42.5%)뿐만 아니라 대만과 싱가포르 등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며 "한국 반도체와 기술 투자에 대한 정부의 세금 감면 계획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업계의 투자 전망은 엇갈린다"고 평가했다.

지정학적 긴장도 상황을 어렵게 한다.

BNY멜론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현지 공장과 관련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한국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중국 의존도 축소를 위해 설립된 워킹그룹 '팹4의 일원"이라고 전했다.

◇ 스와프베이스 급락…"외인, 달러로 넘어갈 수도"

은행은 국내 금융시장의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다.

한국과 대만에서는 외국인 주식 투자 심리가 여전히 강한 편이지만, 최근 심리가 뒤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게 BNY멜론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2주 사이 중국 주식 자금이 시장 변동성 확대와 달러화 상승 등에 유출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코스피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 통화 자체에 대한 외국인 심리도 후퇴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원화는 지난 2월에만 7% 넘게 절하되며 지난 2011년 9월 이후 월간 단위로 가장 큰 손실을 냈다.

BNY멜론은 "우리는 이것이 자본 유출 위험을 키우거나, 적어도 한국에 대한 열정을 감소시킬 것으로 본다"며 "실제 통화스와프시장에서는 한국 자본 유출의 잠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1년물 원화 기준 스와프베이시스는 1월 들어 제로 수준이었는데, 2월 들어 -50bp 근처로 급반락했다. 스와프베이시스가 마이너스를 보인다는 것은 미국 달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BNY멜론은 "아직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스와프베이시스의 마이너스폭이 커진 것은 외국인이 한국 자산에서 미국 달러로 넘어간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코스피 강세는 한국 경제 상황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코스피 조정 시 차익실현이 쏟아질 수 있다"며 "이는 추가적인 원화 약세와 외국인의 자금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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