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작년 초 뉴욕 채권시장에서 'MOVE(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 지수를 좀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졌다.(2022년 1월 13일 오전 9시 53분 송고된 '이제부터 'MOVE 지수' 눈여겨봐야 하는 까닭은' 제하 기사 참조)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미 국채 옵션 가격을 기초로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MOVE 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MOVE 지수는 고공행진을 거듭해 작년 10월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창궐 초기인 2020년 3월의 163.70 이후 최고치인 160.72까지 치솟았다. 당시는 영국 금융시장 불안과 연준의 제약적 통화정책이 이슈가 되던 때였다. MOVE 지수는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재편되면서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그 결과 올해 2월 초 97.33까지 하락하며 작년 6월 이래 처음으로 100선 아래로 내려섰다.


MOVE 지수 추이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370)



그랬던 MOVE 지수가 최근 다시 반등하면서 시장 내 공포 분위기를 서서히 고조시키고 있다. 이달 2일에는 124.12까지 고점을 높이면서 한 달 새 3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연초 미국의 물가와 경기지표가 연준의 긴축 노선이 예상보다 강하고 오래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하는 등 채권시장 내 꿈틀거림이 반영된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4%대로 올라서면서 올해 말 금리 인하에 대한 작은 기대마저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 연준 관계자들이 최근 잇따라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달 21~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50bp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에 불을 지피고 있다. 현재 금리 선물 시장에선 이달 FOMC에서 금리가 25bp와 50bp 인상될 가능성을 각각 7 대 3 정도로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3월 FOMC에서 연준이 예상외 '빅스텝(50bp 인상)' 행보를 보일 경우 시장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전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금리가 움직이면 외환시장의 분위기도 변화할 수밖에 없는데, 달러-엔 환율을 중심으로 한동안 퇴조했던 '킹달러' 현상이 재개될 수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후보자는 최근 의회에 출석해 "(기존)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반복해 피력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월 저점 대비 10엔 가까이 올라 136엔 부근에서 등락하고 있는 달러-엔을 추가로 '오버 슈팅'하게 만들 수 있는 재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연합뉴스



우리 금융시장 역시 이런 변화의 영향권 내에 있다. 연 3.50%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진 올해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로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 역전 폭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에게는 '비둘기'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시장에선 현재 125bp인 한미 금리차가 오는 3월 150bp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진 상태다.

더 나아가 미 연준이 오는 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25bp 이상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200bp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잠재해 있고 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한국의 글로벌 자금 유출을 경고하는 이례적인 메시지가 나왔다. 미국계 은행 BNY멜론이 한국의 자금 이탈을 주제로 별도의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3월 2일 13시 17분 송고된 'BNY, 韓 '콕 찍어' 자금 이탈 경고…이유와 유출 신호는' 제하 기사 참조)

국내 금융시장의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졌는데 외국인 투자 심리는 약화하면서 코스피가 영향을 받고, 원화 통화 자체에 대한 외국인 심리도 후퇴하면서 "이것이 자본 유출 위험을 키우거나, 적어도 한국에 대한 열정을 감소시킬 것으로 본다. 실제 통화스와프시장에서는 한국 자본 유출의 잠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은행은 진단했다.

한미 간 정책금리 격차가 100bp 이상 역전된 시기는 2000년 5~9월과 2006년 5~7월 두 차례 있었다. 2000년 5~9월은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시점이었고, 2006년 5~7월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초입이었다. 최근 경상수지의 불안과 달러-원 상승 흐름,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신용 위험을 고려할 때 위기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hy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2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