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출처: 대우건설]



(서울=연합인포맥스)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플랜트와 베트남."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이 제시한 이유다.

중견 주택건설사인 중흥토건이 업계 4위권 안에 드는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때 새우가 고래를 인수했다는 말이 나왔다. 두 기업의 규모 차이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시공능력평가액 순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9조2천300억 원으로 6위, 중흥토건은 2조2천900억 원으로 18위였다. 시평액 규모로는 4배 차이가 났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업계 4위였던 대우건설이 6위로 내려오는 동안 중흥토건은 22위에서 18위로 올라왔다. 대우건설의 시평금액이 9조1천억 원에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중흥토건은 1조5천억 원에서 1조 원을 더 추가했다. 대우건설의 주택사업만을 따졌다면 큰돈을 들여 인수할 매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정원주 부회장의 발언이 눈길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98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설 현장에 바로 뛰어든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은 그야말로 주택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인이다. 지금도 그는 어느 아파트 어느 단지를 지목하면 단위면적당 건설단가를 줄줄 읊어댈 정도로 현장에 밝다.

정원주 부회장은 대우건설이 어려운 시기에도 해외건설을 놓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플랜트는 흐름을 타는데 대우가 손해를 보면서도 철수를 하지 않고 남아서 이제 이득을 보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곳들은 철수했다가 지금 들어가려 한다. 그러면 좀 있다가 또 적자가 날 것이다"라고도 예상했다.

정원주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해외 현장에 집중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작년 8월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예방, 같은 해 12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응우옌 쑤언 ?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개별 면담, 올해 2월 오만 두쿰 현장 방문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런 정 부회장의 해외 행보는 단순한 수주 네트워크 확보에만 그치지 않고 준공 현장의 사후정산 등 까다로운 문제 해결까지 관여하는 등 현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우건설의 향후 진로를 해외건설로 잡으면서 여기에 중견·중소건설사까지 아우르고 싶다는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중견·중소주택건설사의 이익단체인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대우건설의 탄탄한 해외 인프라에 중견·중소건설사의 기획력과 실행력이 더해지면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정원주 부회장의 구상이 뜻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원자재 가격 등락, 달러 환율의 급변동,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지정학적 긴장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산재한 까닭이다.

대우건설의 주력은 여전히 주택사업이다. 작년 신규 수주액 14조1천295억 원 중 10조5천963억 원이 주택이었다. 플랜트 신규수주는 1조7천133억 원으로 현재로서는 주택과 견주기 어렵다. 하지만 1년 전인 2021년 플랜트 수주액은 1천568억 원에 불과했다. (기업금융부 남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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