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기 사이클이 과거와 다른 점 3가지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이렇게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렇게 빠른 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의 경기주기는 2000년대보다 1980년대와 더 비슷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이상한 미국 경제에 전문가들도 당황하는 가운데 최근 경기 사이클이 ▲공급 ▲인플레이션 수준 ▲금융시스템 안정성 면에서 2000년대와 다르다고 분석했다.

WSJ은 지금까지 경제 성장을 예측하는 데 있어 수요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공급이 수요 이상으로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수요 감소는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하지만, 공급 감소는 그 반대의 효과를 내는 만큼 팬데믹 이후 임금과 물가는 수요가 주도하던 과거 경기 침체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상승했다.

WSJ은 "최근의 상황은 과거 1973년과 1980년 석유 공급 부족으로 인플레이션과 침체가 발생하던 상황과 비슷하다"며 "이 말은 반대로 공급이 회복되면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월부터 내구재 가격이 하락하며 공급 회복을 나타냈으며 노동시장에서도 일자리와 실업률이 모두 감소하며 노동력 공급의 증가를 보여줬다.

TS 롬바르드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1946년부터 1947년까지 실업률은 증가하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급격히 감소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 수요는 군인들이 전쟁에서 돌아와 재교육받으면서 충족됐다"고 썼다.

그는 "이것이 연준이 올해 경기 침체가 아닌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와 실업률 추이
[출처: 미 노동부, WSJ]


또한 WSJ은 이번 인플레이션이 역사적으로 너무 높은 수준임을 지적했다.

지난 의회 증언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침체를 막기 위해 인상을 중단하겠냐는 의원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매체는 "지난 25년 동안 실업률이 상승하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던 만큼 이런 질문이 가능하지만, 사실 과거 수십년간 인플레이션은 1~3% 범위에서 움직였다"며 " 이는 연준이 물가를 목표치인 2%까지 낮추기 위해 실업률을 더 높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그러나 WSJ은 "1973년과 1981년 연준은 인플레를 낮추기 위해 경기 침체를 유도했다"며 "현재도 그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급이 개선되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지만, 2% 수준까지 낮추려면 수요도 감소해야 하며 이는 곧 실업률 상승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WSJ은 아직은 금융시장 붕괴가 없는 만큼 경기 침체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198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역사상 가장 예측할 수 있는 경기 침체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개발한 금융 스트레스 지수는 이전 경기 침체기에 급등했지만, 지금은 제자리걸음이다.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과 규제 강화로 인해 대출 기관은 더욱 보수적으로 변했으며 취약성은 낮아졌다. 주식과 부동산 평가액은 2000년이나 2006년만큼 극단적으로 상승하지 않았고, 가계와 기업은 부양책 덕분에 견고한 대차대조표를 보유하고 있다.

WSJ은 "물론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시한폭탄일 수 있다"며 "그러나 그렇게 될 때까지 연준은 금리에만 의존해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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