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캘리포니아 거점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초고속 파산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파산한 은행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으로, 일각에서는 '제2의 리먼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급부상했다.

다만,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사태가 예상보다 빠르게 수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초고속 파산한 SVB…"재무구조 편향" 지적

SVB는 1982년 설립된 캘리포니아 거점의 은행으로, 기술 스타트업 분야에 자금을 제공하는 전문은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저금리, 기술 기업 호황 등이 맞물리며 2021년 예금부채가 전년 대비 90% 급증하는 등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말 자산 기준 미국 16위 규모로, 미국 기술·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연준의 긴축이 시작되면서 어려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기술 스타트업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자 SVB는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손실을 보면서 보유한 국채를 매도했고 약 18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SVB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8일 증자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이는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우려를 키우고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을 촉발했다.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의 주가가 60%가량 급락하고, 시장 불안이 커지자 미국 당국도 전격 폐쇄를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SVB가 자산 대부분을 미국 장기채에 집중 투자한 것을 초고속 파산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단기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장기채 가격이 폭락했지만,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큰 손실을 보면서 매도에 나섬으로써 다른 은행 대비 빠르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SVB의 자산은 현금(7%), 미국채 및 준정부기관 채권(55%), 대출(35%)로 구성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SVB가 너무 많은 예금을 받았고, 고금리에 발목을 잡혔다"고 평가했다.

◇안전자산 선호 급부상…당분간 변동성 확대될 듯

SVB 파산으로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급부상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리먼 사태에 대한 우려와 스타트업 줄도산 등 공포가 확산하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은 크게 하락하고, 채권 매수세는 강해졌다. 금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대 주가지수는 SVB 파산 소식에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5.22포인트(1.07%) 하락한 31,909.64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6.73포인트(1.45%) 하락한 3,861.59에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9.47포인트(1.76%) 하락한 11,138.89에 장을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는 다우 지수가 4.4%, S&P 500 지수가 4.6%, 나스닥 지수가 4.7% 각각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다우 지수는 작년 6월 이후, S&P 500 지수는 작년 9월 이후 각각 최대폭 주간 하락이다.

SVB 파산 전에 장을 마쳤던 아시아 시장도 지난 10일 SVB 사태에 대한 불안이 점증하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3.04%,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1.67%,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 각각 하락했다.

지난 주말 SVB의 파산 소식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의 매수세를 부추겨 미 국채 수익률은 20bp 가까이 하락 폭을 키웠다.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장중 3.68%까지 저점을 낮췄고, 2년물 수익률은 지난 주에 한때 5%를 웃돌았으나 이날 4.56%까지 급락했다. 30년물 미 국채수익률 역시 3.68%대로 떨어졌다.

안전자산인 금은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8%(32.60달러) 오른 1,867.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이날 개장하면 '13일의 월요일'이 될 것이라며 우려가 커졌지만, 장 시작 전 연준과 미국 재무부가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시장 불안이 점차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아미트 신하 멀티자산 헤드는 "만일 시장에서 SVB가 단일 이벤트라고 생각한다면 우려와 전이 가능성이 줄면서 주식 매도가 잠잠해지고, 시장 관심이 다시 연준과 인플레이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도 "이번 주는 공포가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SVB 파산 소식이 이미 비틀거리는 주식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고 진단했다.

jyk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5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