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순식간에 파산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격한 긴축이 SVB의 붕괴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다소 진정돼 연준이 금리를 다시 올린다고 해도 그 폭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50bp 인상' 전망 급격히 후퇴

지난주 초만 해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지난 1월 고용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데다 물가 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후반 SVB가 주가 폭락과 예금 인출 사태로 초고속 파산하면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SVB는 미국 16위 은행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 발생했다.

SVB의 파산으로 예금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금액이 1천515억 달러(약 200조4천34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SVB 폐쇄에도 미국 은행 시스템은 견조하다고 강조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에버코어ISI의 에드 하이먼 이코노미스트는 "SVB 사태로 촉발된 금융 충격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은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한다.

미국 당국이 SVB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매각 실패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하이먼 이코노미스트는 해당 작업이 쉽지 않을 수 있으며, 시장 안정에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연준의 '일시정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가 붕괴된 이후 5주 만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골드만삭스에셋매니지먼트는 "최근 은행업계 혼란은 연준이 좀 더 작은 폭의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을 62%, 50bp 인상할 가능성을 38%로 반영했다. 전날 각각 31.7%, 68.3%였던 점을 고려하면 25bp 인상 전망이 커진 것이다.

CNBC는 "지난 9일만 해도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보다 매파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고 금리 인상폭을 지난달보다 두 배 늘릴 것으로 거의 확신했지만 한 은행(SVB)의 파산과 우호적인 고용 보고서로 생각을 바꿨다"고 전했다.

ING는 "거시 측면의 뉴스와 파월 의장의 증언은 이달 50bp 인상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SVB 사태로 인한 시장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25bp 인상이 더욱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연준, 전염 리스크로 결국 인하해야 할 수도"

일부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금융 시스템을 볼 ?는 연준이 물러나게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전반적인 수요 강세를 고려할 때 연준이 50bp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일부에서는 연준이 SVB 사태로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전망이 분분한 것은 SVB 사태로 연준의 금리 경로가 불투명해졌음을 의미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뉴스레터 베어트랩스를 만드는 래리 맥도날드는 SVB 붕괴로 연준이 12월까지 금리를 100bp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맥도날드는 연준이 지난 1년간 총 450bp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단기 국채 금리가 올랐고 이는 SVB와 같은 은행에서 예금이 유출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본질적으로는 연준이 뱅크런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몇 달간 이번 사태가 전반적인 금융 생태계에 전염될 수 있다며 "연준이 6~9개월 내에 금리 인하라는 다른 소방 호스를 꺼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brdn은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이었던 연준의 긴축이 레버리지를 일으킨 기업 전체에 혼란을 주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연준이 결국 진로를 바꿀 수 있다고 예상했다.

Abrdn 관계자는 "연준이나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금리 인하가 더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다"며 "(연준의 긴축으로) 기업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을 비롯한 미 금융당국이 SVB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꺼낼지 주목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금융당국은 SVB에 시그니처은행마저 폐쇄되자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조치를 꺼냈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했으며, 연준은 금융기관 유동성 지원 기구인 은행 텀 펀딩 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을 창설한다고 밝혔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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