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사태를 소화하며 급락했으나 하락세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VB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운 탓이다. SVB 사태로 신용위험이 확대되면 달러-원이 오를 수도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경계감도 여전하다.

다만 SVB 사태로 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면 달러-원이 하락압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시장참가자는 달러-원 레인지(범위)를 넓게 잡고 대응해야 한다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달러-원, 금리전망치 하향조정에 하락…"하락세 예단하기 어렵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지난 13일 달러-원은 전장보다 22.40원 내린 1,301.80원을 기록했다. 달러-원이 20원 넘게 내린 건 지난 1월 9일(-25.1원) 이후 처음이다.

달러-원은 SVB 사태를 반영하며 급락했다. 외환당국 추정 물량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SVB 사태 같은 신용 이벤트에도 달러-원이 하락한 점에 주목했다.

SVB 파산으로 위험회피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달러-원이 오를 수 있었는데 달러-원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장참가자는 미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즉시 전액 인출할 수 있도록 하고 SVB와 같은 위기가 닥칠 수 있는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은행 한 딜러는 "미국 대응으로 신용위험이 확산하지 않고 위험회피 분위기도 짙어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SVB 사태로 연준 금리동결론까지 제기되면서 달러-원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 같은 달러-원 하락세가 지속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SVB 사태가 끝나지 않은 데다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은행 다른 딜러는 "달러-원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SVB 사태가 끝난 게 아니고 미국 중소형 은행의 부실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SVB 사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금리동결전망 베팅은 아직 위험…변동성 큰 장세"

연준의 금리 동결전망에 베팅하는 건 아직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전날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방기금선물시장도 금리동결 가능성을 32.1%로 반영했다. 25bp 가능성은 67.9%로 봤다.

은행 다른 딜러는 "SVB 사태로 금리동결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며 "하지만 SVB 사태가 미국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연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하기엔 이르다"며 "이번 주 물가지표도 남아 있어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각각 14일, 15일에 공개된다.

다만 시장이 연준의 금리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기류가 나타나면 달러-원도 하락세를 보일 수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 때문에 시장참가자는 당분간 달러-원 위·아래를 모두 열어놔야 한다고 판단했다.

은행 또 다른 딜러는 "시장이 연준의 금리전망치를 조정해 미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원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플레 우려가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SVB 사태가 터져서 연준의 셈법이 복잡해졌을 것"이라며 "당분간 달러-원 레인지를 넓게 잡고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달러-원 추이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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