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조달 시장도 경계 모드가 짙어졌다. 국내 카드사들은 이번 뱅크런이 단기 예금을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미스매칭'에서 발생한 만큼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14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는 실리콘밸리은행을 비롯한 미국 은행의 파산 소식이 국내 조달시장에 미칠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카드 업계 관계자들은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의 여파가 국내 카드사에 직접적으로 큰 파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 예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뱅크런 사태는 수신 업무가 불가능한 여신전문금융회사에 해당하지 않는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조달 시장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A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고객에게 '받을 돈'만 있는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뱅크런 사태 등 시장 심리 불안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 있다"며 "다만 조달 비용이 수익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은행이 국내 자금시장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선 주시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여전채 조달 시장은 다소 잠잠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소식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후퇴 기대로 이어지면서 국채금리가 급락했을 뿐만 아니라 당분간 카드사의 발행 시계가 멈춰있다는 진단이다.

B 카드사 자금팀 관계자는 "발행사는 투자자의 불안을 염려하는 상황이지만 국채금리가 급락하는 등 시장은 다소 잠잠했다"며 "이번 주는 사업보고서 시즌이어서 카드사의 발행세가 다소 잠잠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을 지켜보는 업계의 관심은 카드사의 자산·부채종합관리(ALM)로 향하고 있다. 자동차금융, 장기 카드론 등 카드사의 영업 구조가 다양화되면서 자금의 만기 구조 역시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카드사는 시장 불안으로 단기 조달 규모를 크게 늘렸는데, 카드사의 비카드영업 자산 확대로 만기 구조가 장기화하면서 '미스매칭'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ALM에 대한 리스크를 충분히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 카드사 관계자는 "할부금융을 예로 들면 채권의 듀레이션이 길어지면서 만기 구조가 길어졌다고 볼 수는 있다"며 "금리가 올라가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할부금융이 자동차를 담보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해당 자금에 대한 리스크는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D 카드사 관계자는 "돌아오는 만기 스케줄이 장기로 퍼지면서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미스매칭이 심화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다"며 "애초에 수요에 맞춰 자금 만기를 설정하면 리스크가 전무하겠지만, 이런 회사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채 조달금리가 2% 초반이었을 때도 카드사는 신용판매 부분에서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았다"며 "장단기 조달의 조화를 통해 비용을 낮추는 게 카드사의 역량"이라고 부연했다.
 

실리콘밸리 은행 본사에 있는 로고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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