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미국채 변동성지표인 MOVE 지수가 최근 급등하면서 달러-원이 상승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OVE 지수가 시장 변동성과 위험을 반영하는데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MOVE 지수가 상승해 달러-원도 이를 반영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MOVE 지수가 지난해와 다른 이유로 오른 만큼 달러-원이 MOVE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SVB 사태 후 달러-원 하락…MOVE 지수 급등에 '촉각'

1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3~14일 달러-원은 지난 12일 대비 13.1원 하락했다.

SVB 사태 이후 달러-원은 대체로 하락했다. SVB 사태로 시장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달러도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간밤 미국 증시가 오르면서 위험회피심리가 옅어졌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도 하락했다.

하지만 시장참가자는 최근 MOVE 지수가 오르면서 달러-원 상방압력이 커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MOVE 지수와 달러-원 간 상관관계가 높아서다.

달러-원은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 민감한데 MOVE 지수가 시장 위험을 반영한다. 이에 따라 달러-원이 MOVE 지수를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MOVE 지수는 미국채 옵션가격을 기초로 국채가격 변동성을 산정한 지수를 말한다.

지난해에도 MOVE 지수가 오를 때 달러-원이 급등했다. MOVE 지수는 지난해 초 84.08에서 같은 해 10월 12일 160.72까지 올랐다. 종가 기준 달러-원도 작년 초 1,191.80원에서 10월 21일 1,439.90원으로 상승했다.

최근에도 MOVE 지수가 급등했다. 이 지수는 지난 9일 129.28에서 13일 173.59로 올랐다. 14일엔 169.65로 하락했으나 지난해 최고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SVB 사태로 시장 변동성과 불안감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SVB 사태로 달러가 약세를 보여 달러-원이 하락했다"며 "하지만 MOVE 지수를 보면 달러-원이 오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달러-원 위쪽 열어놔야"…지난해와 다르다는 지적도

달러-원이 지난 13일 급락했으나 14일 시장 불안을 반영해 상승세로 전환할 조짐을 보였다. 장 마감을 앞두고 크레디트스위스(CS) 연례보고서에 달러-원이 상승폭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CS는 연례보고서에서 재무보고에 관한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고객 유출을 아직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위험회피 분위기가 짙어졌다.

은행 한 딜러는 "시장 변동성과 불안이 확대되면 MOVE 지수와 함께 달러-원이 오를 수 있다"며 "최근 시장 변동성이 너무 큰 만큼 달러-원 위쪽도 열어놓고 대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히 SVB사태로 금리가 급락했는데 과도한 반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금리가 하락세를 되돌리면 달러가 약세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는 달러-원 하단을 제한하거나 달러-원에 상방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원이 MOVE 지수를 그대로 따라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MOVE 지수가 상승한 이유가 지난해와 다소 달라서다.

은행 다른 딜러는 "지난해 연준의 통화긴축 우려로 미국채 수익률이 급등했고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SVB사태로 미국채 수익률이 급락했고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MOVE 지수가 오른 공통적인 이유는 시장 변동성과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난해와 최근 MOVE 지수가 오른 이유가 다르다. 달러-원과 MOVE 지수 움직임 간 괴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OVE 지수와 달러-원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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